넷플릭스 영화 아이리시맨을 봤다.
영화 아이리시맨은 난 니가 집을 페인트칠한다고 들었어(I Heard You Paint Houses)라는 살인청부업에 대한 은어를 뜻하는 제목의 찰스 블랜트의 논픽션을 스티브 자일란이 영화로 각색하고 마틴 스콜세지가 감독을 한 갱스터 영화이다. 아이리시맨의 의미는 아일랜드 사람이라는 뜻으로 극 중 시런의 별명이다.
전체적으로 이야기는 마피아 살인청부업자 프랭크 시런의 회고를 바탕으로 숙명에 빠진 한 인간의 쓸쓸한 퇴장을 그리면서 동시에 감독 마틴 스콜세지(1942년생)의 비열한 거리부터 시작된 그의 갱스터 영화들의 마침표를 찍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현재 평론가와 관객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이미 극장에서는 11월 20일 개봉된 바 있다.

감상후기
이 리뷰는 줄거리와 주요 스포일러, 결말이 다수 등장합니다.
첫 인상
줄거리
우선 줄거리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마피아의 살인청부업자로 활동한 2차 세계대전 참전군인 출신의 프랭크 시런의 요양병원에서의 회상으로부터 시작된다. 우선 그가 마피아 갱들의 세계에서 살인청부업자로 일을 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국제 트럭운송노조인 IBT(the International Brotherhood of Teamsters, 이하는 IBT)의 변호사 윌리엄 ‘빌’ 버팔리노(레이 로마노)의 소개로부터 지역 마피아 두목인 러셀 ‘러스’ 버팔리노(조 페시)와 트럭운송노조 IBT의 노조 위원장 지미 호파(알 파치노)를 만나게 되는 과정 그리고 러셀과의 인연으로 시작된 살인청부업자로서 작업 목록들이 일련의 에피소드로 다루어 진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한 살인청부업자의 작품 포트폴리오를 연상케 한다. 그것의 구성은 프랭크의 어떤 특별한(?) 일을 처리 하기 위해 러스와 디트로이트로 차로 이동하는 과정 중간에, 연대기 순으로 주요 작업 목록들을 보여주고 다시 이 영화의 하이트라이트인 ‘그 일’을 보여준 후 영화의 마침표를 찍는다. 또 각각의 청부 에피소드들은 나레이션과 함께 그 일과 관련된 인물들이 등장하는 픽션이 이어진다.
나레이션, 그리고 사실과 허구의 믹스
프랭크의 나레이션과 함께 자신이 관련된 사건을 보여줄 때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뒤섞이게 되고 이야기 속의 인물들은 역사적 위인들처럼 어떤 정형화된 모습을 띈다.
이러한 방식은 몇 가지 문제를 갖고 있다. 우선 나레이터의 입장 즉, 회고자인 시런의 시점에서 각종 사건이 조명되고 그의 설명의 진실여부도 모호하다. 이런 점은 대부분의 회고록이 작가의 주관적인 입장을 대변하면서 허구와 사실이 뒤섞여 있는 것과 같다.
또 한 가지는 영화의 이러한 전개방식은 대부분의 인물을 주로 평면적으로 묘사하기 때문에, 프랭크 외에는 캐릭터의 본심을 알기 어렵고 캐릭터의 변화가 만드는 영화 혹은 픽션으로서의 매력은 줄어든다. 나레이션 방식의 이와 비슷한 예로 역시 논픽션 원작의 시크릿 세탁소가 있었다. 마치 역사나 사회과목 학습지를 읽는 것처럼 이야기가 지루해지는 것이다.
반면, 장점도 있는데, 어떤 특정한 프로파간다를 전달하는 데는 효과적이다. 아이리시맨에서는 시런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다.
프랭크 ‘아이리시맨’ 시런이 빠졌던 잔혹한 선택의 순간
영화 속에서 프랭크는 운명의 장난 같은 피할 수 없는 잔혹한 선택의 기로에 처하게 된다. 흔히 우리가 숙명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첫번째는, 2차 세계대전 중에 독일군 포로 2명에게 구덩이를 직접 파게 한 후 사살하고 매장하는 임무였다. 전쟁 중이라 명령 불복종은 있을 수 없고 결국 그는 그 일을 하게 된다.
두번째는 이 영화의 시작부터 마주하게 되는 살인청부업자로서 의뢰를 받을 때 자신이 하기 꺼려지는 누군가를 제거해야만 하는 일이다.
전자가 단지 국가에 의해서 강요 되어 자행된 것이라면 후자는 반은 자신의 선택으로 시작된 일이다. 특히 상대의 이익과 나의 이익이 충돌하는 관계 속에서 한쪽이 절대적으로 큰 손해를 보게 된다면 결국 인간은 스스로가 만든 ‘잔혹한 선택’이라는 게임을 해야만 한다.
영화 속에서 두번째 사건의 프랭크의 선택에 대한 하나의 복선 – 예) 유대인 세탁소 의뢰건 – 이 제공된다. 처음에 마피아 히트맨 일을 할 때 프랭크는 여러 곳에서 일을 받는데, 어느날 자신이 의뢰 받은 사람과 자신의 주 고객인 마피아 패밀리와의 이해관계의 충돌이 생긴다. 결국 프랭크는 주 고객을 택한다. 결국 이 사건은 결국 두번째 일을 거절할 수 없고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만든다.
물론 프랭크가 독일군을 죽이지 않았더라도, 혹은 두번째 일을 거절하더라도 – 물론 다시는 마피아와 일을 하지 못하거나 죽음을 각오해야 할 수도 있다. 또 러셀을 만나서 프랭크가 선택한 그의 살인청부업 또한 프랭크의 생각으로는 결국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다. 스콜세지 감독이 EW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인간이 처하는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숙명과도 같이 그러한 선택의 순간에 처하게 된다는 것.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일반적인 사회를 단순히 비교하긴 어렵다. 그러나 그런 순간이 운명처럼 닥치면, 즉 본질적으로 누군가가 손해를 봐야 하는 이해가 서로 상충되는 순간에서 인간들은 아이리시맨의 시런 혹은 러셀처럼 늘 나를 살리는 선택을 한다. 단지 시런처럼 총을 들지 않을 뿐이다.
프랭크가 죄를 회개하는 방식
인간은 죄를 짓지만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 혹은 스스로 견디지 못해서 폭발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죄를 씻는 과정이 필요하다. 프랭크 또한 잔혹한 선택의 순간에 어떤 잘못된 선택을 하지만 여느 마피아 영화처럼 스스로의 영혼을 치유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마피아영화의 단골 클리셰인 죄를 짓고 카톨릭 성당에서 자신의 영혼을 정화하는 모습은 아이리시맨에서도 보여진다.
결국 아이리시맨이 보여주는 프랭크 시런의 모습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손을 더럽힌 죄인으로서의 인간의 모습이다. 그래서 흔히 영화 속에서 악인이 최후의 순간, 마지막 자신의 운이 다한 뒤 하는 변명 즉, 좋은 일을 하기 위해서 그런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말과 다름 없다.
특히 막바지에 딸 돌로레스 시런(마린 아일랜드)에게 하는 시런의 고백에서 이러한 시각이 드러난다. 자신이 겪은 것을 자식들은 경험하지 않게 하려고 했다고 그는 말한다. 그래서 딸들을 지키려 했다고. 이러한 그의 관념은 장르물에서 많이 보이는 주인공들의 도덕관이다. 그는 자신의 죄를 알지만 어쩔 수 없이 누군가는 해야 할 더러운 일을 대신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가 성당에 가고 신부에게 죄를 고백하지만 그의 더러운 손은 그 일을 계속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 작품 속에서 끝내 딸 페기(안나 파킨)에게 용서를 받지 못한 시런은 죄의 굴레에 빠진 인간의 좌절된 모습이다.
아이리시맨의 주요 캐릭터들
프랭크 외의 인물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거칠고 부조리한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서 이기적인 인간으로서 스스로를 위한 선택을 했을 뿐이다. 이러한 허무주의적이고 비관적인 경향은 특히 갱스터 장르물의 주된 경향이다.
러셀 버팔리노는 마피아 두목으로서 그를 거치지 않고 해결되는 일이 없을 정도로 지역의 모든 일들을 관장하는 소위 대부로서의 삶을 산다. 특히 자기의 의견을 타인의 의견처럼 넌지시 던지는 장면이 인상적인데 사실 그의 이런 태도 자체는 발톱을 감춘 맹수의 모습이다. 모호하게 말해서 상대를 자극하지 않고 자신의 본심을 숨기는 화법을 쓰면서 자신의 이익에 방해되는 인물은 비밀스럽게 제거한다.
알 파치노가 연기한 지미 호파는 노조를 자기껏으로 생각하고 사유화하는 생각을 가진 인물이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있는 것을 용납 못한다. 세대교체의 물결과 정치권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후 옛 영광을 되찾으려고 고군분투하지만 결국 주변에 수많은 적들을 만들고 있고 유효기간이 끝난 갱스터들이 총에 맞아서 불행한 최후를 맞이하듯이 그의 시간도 머지 않음을 관객들은 직감한다.
페기는 프랭크의 행위를 비추는 진실의 거울과도 같다. 그녀의 표정에서 아버지의 행위에 대한 부끄러움, 그녀를 대하는 프랭크의 말과 행동에서 딸 보기에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이 드러난다. 나중에 프랭크는 페기와 대화를 시도하지만 끝내 화해하지는 못한다. 페기가 대부분의 프랭크의 마피아 친구들에 대해서 두려움으로 꺼리는 데 반해서 지미 호파는 잘 따른다. 그녀는 노조위원장인 호파의 구린 부분을 자신의 아버지가 대신 해결해주는 이면을 알지는 못한다. 또 영화 속에서 시런이 딸 페기(안나 파킨)를 보는 시점은 마치 자신이 하는 더러운 일을 딸은 몰랐으면 하는 평범한 아버지의 심정이 보인다.
아이리시맨의 결말
결말 보기 – 스포일러
결국 프랭크는 지미 호파를 제거한다.
영화 속 결말의 마지막 순간에 기도를 해준 신부가 나가자 “문을 닫지 말게 영 싫어서 말이야”라고 말하면서 약간 열어두라고 말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혼자서 쓸쓸히 죽고 싶지 않다는 한 인간의 마지막 바램일까? 아니면 자신이 끝내 용서 받지 못한 자신의 딸이 그 문으로 들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일까?
총평
넷플릭스 영화 아이리시맨의 갱스터 영화로서의 매력은 마틴 스콜세지의 마피아를 다룬 전작들과 비슷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오랜 기간을 연대기적으로 다루고 나레이션이 동반되는 내러티브 구조는 아무래도 극으로서의 매력을 떨어뜨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시간 30분에 달하는 긴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는 않았고 흡입력이 있다는 점에서 거장 스콜세지 영화가 가진 힘이다. 영화는 그의 갱스터 영화 스토리가 일단락이 되었다는 데에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 안경을 쓴 빌 버팔리노(레이 로마노)의 얼굴 인상이 알 파치노와 너무 흡사해서 처음에 깜짝 놀랐다.
#스콜세지의 역작
캐릭터
역할(본명)
시런
- 프랭크 ‘아이리쉬맨’ 시런(로버트 드니로): 마피아 살인청부업자
- 페기 시런(안나 파퀸)
- 아이린 시런(스테파니 쿠르추바)
- 메리 시런(알레스카 팔라디노)
- 돌로레스 시런(인디아 에넨가)
호파
- 지미 호파(알 파치노): IBT(국제트럭노조)의 노조위원장
- 조세핀 호파(웰커 와이트)
버팔리노
- 러셀 버팔리노(조 페시): 펜실베니아 북동부 마피아 패밀리 두목
- 빌 버팔리노(레이 로마노): IBT 대표 변호사
- 캐리 버팔리노(캐서린 나르두치)
- 안소니 ‘토니 프로’ 프로벤자노(스티븐 그래엄)
- 안젤로 브루노(하비 케이틀): 필라델피아 마피아 두목
- 프랭크 핏시몬스(게리 바사르바)
- 펠릭스 ‘스키니 레이저’ 디툴리오(보비 카나발레)
- 처키 오브라이언(제스 플레몬스)
- 안쏘니 살레르노(도미닉 롬바르도찌)
- 조셉 ‘크레이지 조’ 갈로(세바스천 매니스칼코)
- 토마스 안드레타(제레미 루크)
- 지미 닐(J. C. 맥켄지)
- 휘스퍼스(폴 허먼)
- 조셉 글림코(보 디에틀)
- 돈 리클스(짐 노튼)
- 필립 테스타(레리 로마노)
- 앨런 도프만(제이크 호프먼)
- 안쏘니 지아칼로네(패트릭 프리머스)
- 어윙 킹(베리 프리머스)
- 로버트 F. 케네디(잭 허스턴)
- 영화명: 아이리시맨
- 방송사: 넷플릭스
- 장르: 갱스터
- 상영시간: 3시간 29분
reference from https://en.wikipedia.org/wiki/The_Irishman_(2019_film)
https://ew.com/movies/2019/10/24/martin-scorsese-irishman-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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