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김씨네 편의점’이라는 캐나다 드라마를 봤다. 인스 최의 동명의 연극을 원작으로 2016년에 CBC텔레비전에서 드라마화되었다. 우선 캐나다 드라마는 처음 본다. 거의 접할 기회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넷플릭스를 통해서 이 드라마가 전세계로 릴리스 되면서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또 한 가지 색다른 사실은 이 드라마가 캐나다로 이민을 간 한국계 캐나다인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교포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드라마를 보기 전에 사뭇 기대감을 갖고 봤다. 아래는 김씨네 편의점을 보고 난 후의 단상을 정리해 본 것이다.

처음 이 드라마를 본다면 약간의 낯설음을 느낄 것이다
‘다른 문화에 대한 이질감’
시즌1의 1화를 보면서 느낀 첫 인상은 바로 낯설음이다. 한국인이지만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한국인스럽지 않은 태도(attitude)를 가진 그들과 마주하게 된다. 이것은 ‘다른 문화에 대한 이질감’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그 중에서 아빠와 재닛의 대화장면은 흥미로웠는데 존대말이 없는 영어의 특성과 함께 한국에서의 부녀관계보다는 좀 더 대등한 관계처럼 보였다.
그러나 조금 의아한 장면도 있었는데, 특히 극중 아내가 남편을 아빠라고 부르는 장면은 이상했다. 대부분 한국에서는 ‘누구누구 아빠’로 아빠 앞에 자녀의 이름을 붙여서 부른다. 뭔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였다.
물론 곧 김씨네에게서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오게 되는데 태극기가 집안에 걸려 있거나, 중간중간 한국어가 등장하는 장면에 이르면 뜻밖의 반가움을 느끼게 되면서 ‘아 한국사람 맞구나’라는 수긍과 더불어 그들과의 심리적 거리감은 좁혀지게 된다. Mom이나 Dad 대신 엄마, 아빠를 영어 문장속에 자연스럽게 넣어 말하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었다.
김씨네 편의점은 캐나다 이민 1세대, 1.5세대 한인 가족의 이야기
‘새로운 나라에 적응하는 것은 마치 사춘기를 다시 겪는 것과 같다. ‘
아빠(폴 선형 리): 아빠는 오지라퍼에 고집이 세지만 현실적인 실리를 추구하는 성격을 가졌다. 약간 오버할 때는 마치 중국무협영화에 나오는 우스꽝스러운 사부님같은 캐릭터다. 때때로 사춘기소년같이 잘 삐지기도 한다.
엄마(진 윤): 남편과 함께 편의점을 경영하는 엄마는 개신교 장로교회에 다니는데, 봉사활동을 열심히 한다. 댄스를 사랑하는 낭만적인 캐릭터이다.
딸 재닛(안드레아 방): 예술대에서 사진을 전공하는 딸은 아빠랑 사소한 의견충돌로 늘 티키타카를 시전한다. ‘욱’하는 그녀의 캐릭터는 종종 웃음을 짓게 만든다.
아들 정(시무 리우): 렌터카 회사에 다니는 아들은 부점장에 지원하면서 캐나디안 드림을 꿈꾸고 있다. 과거 사고뭉치로 소년원을 갔다 온 이력이 있지만 현재 마음을 잡은 상태이다. 아버지와의 관계회복이 숙제이다.
당당한 애티튜드를 보여준다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할 때의 당당함’
아빠와 엄마는 한국에서 교사를 하다가 이민을 간 이민1세대이다. 사실 김씨네 가족 중에서 아빠와 엄마는 영어가 완벽하지 않고 발음도 콩글리쉬인 브로컨 잉글리쉬를 구사한다.
그러나 자신들의 편의점에서 많은 사람을 상대해서 그런지 사람을 상대하는 요령이 있다. 특히 손님과 시종일관 인사를 주고 받으면서 농담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는 모습에서는 새로운 나라에 ‘너무’ 적응을 잘하는 느낌! 어디 가서 굶지 않을 만큼 억척스럽고 당당하게, 열심히 일하는 생활력이 강한 부모님 세대의 모습이다.
담당교수가 재닛에게 한 충고?
“왜 너의 삶을, 너의 아이덴티티를 너의 사진에 담지 않느냐?”
왜 너의 삶을, 너의 아이덴티티(편의점…등등)를 너의 사진에 담지 않느냐? 교수가 말한 나의 아이덴티티는 그럼 뭘까? 내가 사는 집, 내가 먹는 음식, 내가 듣는 음악, 내가 입는 옷. 내가 읽는 책, 나의 생각, 나 자신을 포괄한 나의 경험이 담긴, 수많은 나와 결부된 경험이다.
재닛이 기술적으로는 매우 훌륭한 사진을 찍지만 독창성(오리지널리티)이 부족하다는 점을 애둘러 지적한 부분에서 작가 개인의 스토리텔링을 중시하는 교수의 관점을 보여준다.
샐러드 보울(Salad Bowl), 멜팅 팟(Melting Pot), 모자이크(Mosaic)
김씨네 편의점이 보여주는 한인 가족의 이야기는 캐나다의 한인 커뮤니티속의 그들을 보여준다. 이것은 이민자들이 결국 자신의 뿌리와 관계된 작은 커뮤니티에 속하면서 더 큰 사회속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샐러드 보울(Salad Bowl)이론이 멜팅 팟(Melting Pot)이론보다 현실을 반영하기에 더 적합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예이다. 그러나 실제로 캐나다인들은 멜팅 팟이나 샐러드 보울보다는 모자이크라고 부른다.
교포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이너리티가 스스로 들려주는 그들의 이야기’
먼저 한국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살펴보자. 한국에서 재미교포나 캐나다교포에 대한 대표적인 이미지는 고국에서 이득만 챙기는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서의 부정적인 이미지이거나 시민권에 대한 부러움의 대상이다. 사뭇 극단적인 두가지 반응이다.
이러한 관점은 단편적인 경험이나 풍문에 의해 고착화된 경우가 많다. 가령, 유명 여배우가 재미교포 사업가랑 결혼한다더라, 아이돌 멤버 누구는 교포다, 누가 사기를 치고 이민을 갔더라와 같은 가쉽들이 주를 이룬다. 이들에 대한 가장 부정적인 반응은 외모는 동양인인데, 서양인의 언어와 에티튜드를 구사해서 겉은 노랗고 속은 하얀 ‘바나나’에 비유하는 것이다.
두 번째 미국이나 캐나다의 주류사회에서 교포들에 대해 갖는 고정관념이나 편견 또한 존재할 것이다. 이들은 한국계가 워낙 소수라서 보다 더 큰 동양인이라는 범주에 속하게 되면서 ‘동양인은 내성적이고 고분고분하다. 운전을 잘 못한다. 수학을 잘한다. 쿵후 마스터다. 태권도를 잘한다’ 등등의 각종 고정관념과 편견에 시달리게 된다. 대부분 이러한 고착된 관념은 주류미디어가 다루지 않는 한, 소수자 스스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 한 사실로 굳어지기 쉽다.
지금까지 그들은 철저히 마이너리티로서 주류언론이나 미디어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김씨네 편의점같은 드라마의 등장은 이민역사가 쌓이면서 나온 하나의 결과물로서 그들 집단에 대한 기존의 관념들을 깨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시리즈명: 김씨네 편의점 KIM’S CONVENIENCE
- 시즌 No: 1
- 에피소드 No: 전 13화
- 장르: 코미디, 시트콤
- 방송사: CBC
- 비고: 넷플릭스
- 스포일러: Ep1~Ep13
- 공식 홈페이지 : https://www.cbc.ca/kimsconvenience/
- 키워드: 교포, 편의점, 캐나다 이민
한국인, 한국 사람: 본문에서 언급한 한국인, 한국 사람의 개념은 한국 혈통을 가졌고, 한국말을 구사하는 사람이다. 한국 국적, 미국 시민권 여부로 구분하지는 않았다.
Reference from https://www.cbc.ca/kimsconvenience/
https://en.wikipedia.org/wiki/Kim%27s_Convenience_(TV_series)
https://list25.com/25-funny-differences-between-canadians-and-americans/
이미지의 저작권은 제작사 CBC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