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굿닥터 리뷰 : 숀 머피의 굿닥터되기(성장기) – 잃는 것이 치유적이다.

한국 드라마 굿닥터의 미국 리메이크

이 리뷰는 시즌1의 중요한 스포일러가 다수 등장합니다.

 

잃는 것이 치유적이다(Losing is Therapeutic)

이 말은 꽤 오래전에 내가 지인에게 들었던 얘기다. 당시에 나는 ‘이 사람이 요즘 좀 힘든 일이 있구나’하고 생각하고 힘내라는 식의 쿨한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나는 그때 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체감하지 못했다. 우리 대부분은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어떤 일이든 사실 가슴에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런 반응은 꽤나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큰 병을 앓아본 사람은 상대가 겪을 괴로움을 이해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환자와 자신을 분리 시켜서 그들이 단지 불행을 겪고 있다는 식으로만 인지한다. 아직 나에게 닥치지 않는 불행에 안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메디컬 드라마를 즐겨보는 애청자라면 위의 말에 쉽게 공감할지도 모르겠다. 메디컬 드라마는 우리가 일생 동안 겪는 수많은 역경(adversity) 중 질병 – 특히 큰 병(disease)에 포커스를 맞춘다. 매회 병으로부터 고통을 겪는 ‘환자’가 등장하고 그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병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의사’들을 보여주면서 마지막에는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미드 굿닥터 리뷰 : 숀 머피의 굿닥터되기(성장기) - 잃는 것이 치유적이다.(c) ABC
[미드 굿닥터 리뷰 : 숀 머피의 굿닥터되기(성장기) – 잃는 것이 치유적이다.(c) ABC

특히, 드라마 속에서 하나의 이야기가 단락 지어질 즈음에  환자들의 캐릭터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그들은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들의 루징(Losing) – 구체적으로 큰 병(disease)이- 그들 자신을 치유하는 역할을 한다.

병을 얻기 전의 ‘나’는 병을 얻고 난 후 고통 속에서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겪고 난 후 새로운 ‘나’가 되거나 혹은 병이 완치되지는 않았지만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서 달라진 ‘나’가 된다.  새롭게 시작할 그들의 인생은 그전의 인생과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잃는 것이 치유적이라는 의미이다. 우리가 흔히 듣는 말로 성숙해졌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이 말은 치료 받는 사람, 치료하는 사람 그리고 시청자까지 모든 이에게 적용된다.

드라마 ‘굿닥터’는 위와 같은 전형적인 메디컬 드라마의 룰(Rule)을 따르지만 그것이 가진 독특한 점은 굿닥터(훌륭한 의사=숀 머피)가 자폐증과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점과 그의 내면의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환자의 치료 과정 중에 중요하게 보여준다는데 있다. 자, 그러면 숀에게 어떤 내면의 상처가 있을까.

 

숀의 루징(Losing)과 상처 받은 내면아이[각주:1]


존 브래드쇼의 ‘상처 받은 내면아이 치유’ 

존 브래드쇼(John Bradshaw)의 ‘HOMECOMING 상처 받은 내면아이 치유'(오제은 역, 학지사): (원제: Homecoming – Reclaiming and Championing Your Inner Child BY John Bradshaw)라는 책에 보면 “나는 과거에 무시 당하고 상처 받은 내면아이가 바로 사람들이 겪는 모든 불행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믿는다.”라는 구절이 있다. 사실상 이 문장은 책의 주제에 대한 모든 것을 포괄하는 저자의 시각인데 ‘굿닥터’를 시청하면서 계속 이 구절이 자주 떠오르곤 했다.

‘상처받은 내면아이’는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북인 존 브래드쇼의 ‘내면아이 치유’를 대표하는 개념이다. 저자는 가족치료사이며 내면아이 치료전문가이다. ‘내면아이’란 즉, 보통 우리들 성인들의 마음속에 어린 시절의 내면아이(inner child)가 있다는데 기반을 두고 있다. 성인으로서 우리가 겪는 문제들의 대부분이 정체된 내면아이에서 온다는 주장이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어린 시절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이고 그때 입은 상처는 치유되지 않는 이상, 어른이 된 후에도 평생 따라다니게 된다. 

 

드라마속에 나타난 숀의 상처받은 내면아이의 몇가지 양상

여기서 드라마속에 나타난 숀의 상처받은 내면아이의 몇 가지 양상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숀은 자폐증으로 인한 소통장애를 겪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 또래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따돌림을 당하고 집단폭행까지 당한다. 그의 아버지는 “정상인처럼 행동하는 게 그렇게 어렵냐”며 그를 몰아세운다. 

자폐증으로 인한 소통부재는 그가 의사가 된 후에도 계속 된다. 그는 대화 중 상대방의 진의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그와 닥터 멜렌데즈의 대화 장면이 대표적인 예인데, 숀은 처음에 멜렌데즈의 비꼬는 말의 의중을 읽지 못하고 말하는 그대로 곧이곧대로 이해한다.

둘째, 숀은 강박장애를 갖고 있다. 존 브래드쇼에 따르면, 어린아이가 부모로부터  버림 받았다고 느낄 때 감정적인 대체물로서 ‘중독적, 강박적 행동(Addictive/compulsive Behaviors)’을 시작하게 된다. 강박장애는 어린 시절에 어린아이의 기본적인 필요들이 채워지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증상들 중 하나이다. 

1화에서 숀은 병원면접을 위해 집을 나설 때, 길의 선을 따라 걷는다. 4화(PIPES)에서 새벽에 그는 싱크대 안에 떨어지는 평소와는 다른 물방울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느슨해진 파이프를 조이기 위해서 스크루드라이버를 찾기 시작한다. 

그러나 드라이버를 찾는데 실패한 그는 심리적으로 불안해져서 온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결국 그의 후견인인 병원장 글래스만을 부르게 된다. 그러다 배관공이 기껏 고친 싱크대의 수도꼭지를 자신이 수리를 원했던 것이 아니라고 원래 상태로 되돌려 놓으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셋째, 숀은 자기 눈앞에서 발생한 토끼의 죽음과 동생의 사고사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동생의 죽음은 그의 일생에서 가장 큰 상처로서 동생이 사고를 당했던 ‘그 날’과 비슷한 상황에 마주칠 때면 숀은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한다. 구체적으로 경찰차나 앰뷸런스의 싸이렌소리같은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순간에 그는 패닉에 빠지고 어쩔 줄 모른다.

넷째, 숀은 존 브래드쇼의 이론에 따르면 ‘수치심 중독’의 상태에 있다. 상처받은 내면아이의 핵심인 ‘중독된 수치심’은 자기의 자존감에 스크래치가 간 상태이다.  즉, 자신이 무엇인가 잘못된 존재, 부족한 존재라고 느끼는 상태이다. 이런 점에서 브래드쇼는 수치심 중독이 어떤 나쁜 일을 한 이후의 죄책감보다 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드라마속에 나타난 숀의 수치심 중독의 예

드라마속에서 숀의 수치심 중독의 예를 보자.  우선 숀은 처음 자기와 비슷한 자폐증 환자를 만났을 때 견디지 못하고 외면하려고 했다.  그는 닥터 클래어에게 대신 맡아줄 것을 부탁한다. 또 글래스만 원장이 계속 심리상담사와의 만남을 권할 때 견디지 못하고 패닉에 빠진다. 

 

숀의 행동에 대한 해석 

이러한 숀의 행동은 두가지 측면에서 해석되어 진다.  먼저 숀은 자폐증환자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봤기 때문에 스스로의 상처를 보는 것처럼 괴로워서 환자를 거부한 것이다. 새로운 심리상담사를 거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상담을 통해 자신의 정신적 상처를 보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그렇게 완강히 거부한 것이다. 

두번째, 숀은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자폐증인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 지를 자폐증환자를 보면서 객관적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자폐증이라는 ‘다름’으로 인한 사회적 ‘낙인’ 이 찍히면서 어린 시절부터 자존감에 상처를 받아왔던 것이다. 새로운 심리상담사를 거부한 것도 낯선 이에게 자신의 상처를 보인다는 것에 대한 부담일 수 있다.

 

드라마는 어떻게 숀의 치유과정을 보여줄까?

그러면 드라마는 어떻게 숀이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치유해 나가는 것을 보여줄까? 사실 숀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부족한 소통능력을 해결하고 굿닥터 – 훌륭한 외과의가 되는 과정이 이 드라마의 궁극의 방향이다. 물론 이때 굿(Good)은 기술적 능력이 아니라, 성숙한 사회인 – 어른으로서의 자아를 갖는 것이다. 의사가 되는데 있어서 자폐증이라는 장해[각주:2]가 어떻게 좋은 의사로서 성장해 가는데 촉매제가 되는지 보여줄 것이다.

숀이 어린 시절을 매우 힘들게 보냈지만, 그가 늘 혼자였던 것은 아니었다. 그가 자폐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했을 때도 동생은 항상 그의 곁에 있었고 그를 세상과 연결시키려고 애썼던 유일한 친구였다. 동생의 사고이후에는 닥터 글래스만이 숀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면서 이상적인 아버지상으로서 그의 진짜 아버지를 대신하고 있다.

 

초반 굿닥터가 보여주는 숀의 소통능력부족

초반 드라마는 레지던트 숀의 탁월한 외과적 진단능력을 보여주지만, 병원내 그의 소통능력부족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킨다. 주로 병원 내의 팀이나 보스와의 관계에서 혹은 환자와의 관계에서 그의 단점이 드러나게 된다. 

예를 들어서, 환자에게 병의 상태에 대해서 너무 직설적으로 혹은 비인간적으로 전달한다던지, 천연덕스럽게 환자 앞에서 자신의 보스의 의견과 다른 견해를 내면서 보스의 자존심을 긁는 식이다. 또 2화에서는 어린 시절 자신의 겁쟁이 모습을 떠올리면서 용기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검사실 담당자에게 자신에게 부여된 검사를 빨리 먼저 해주지 않으면 유리창을 부셔버리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드라마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숀이 굿닥터로 서서히 변화되어가는 모습들

그러나 드라마는 숀이 굿닥터로 서서히 변화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위에 언급된 네 가지 숀의 문제와 관련해서 드라마 속에서 변화의 모습을 찾아 보자.

우선, 숀의 자폐증으로 인한 소통장애 극복 하기
처음에, 그의 보스인, 닥터 멜렌데즈는 숀의 의사소통능력부족을 이유로 숀의 수술실 보조닥터 기회를 막는다. 그러나 의외로 닥터 마커스 앤드류스(과장)이 거기에 제동을 걸면서 숀은 어시턴트로 외과수술에 처음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그와 한 팀인 닥터 클레어 브라운은 숀과 늘 소통하려고 애쓰고 그를 동료로서 받아드리려고 노력한다. 

역시 한 팀인 닥터 자레드 칼루는 숀의 천재적인 능력만큼은 인정한다. 4화에서 클레어와 자레드는 그들의 소통이 어려운 동료와 수술 성공후 자축하기 위해서 맥주를 마시러 가기도 한다. 숀의 의사로서의 자질에 대한 동료들의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병원장인 닥터 글래스만이 배후에서 숀의 외과의로서의 정착을 조율한다. 

회가 거듭될수록 숀은 닥터 멜렌데즈의 비꼬는 말을 조금씩 알아채고, 자신도 그의 비꼬는 모습에 물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결국 닥터 멜렌데즈의 칭찬과 인정을 받게 되고 7화에서 닥터 멜렌데즈의 신뢰속에서, 그는 자폐증 환자의 수술에 참여하게 된다.  그는 의사동료들의 회의감도 서서히 변화시킨다.

두번째, 강박장애 극복하기: 성인으로서 숀은 리아와 사귀게 된다.
숀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다. 드라마 상에서는 주로 아버지와의 관계 부재가 부각되고, 그리고 그가 의사가 되기까지 이성과의 관계도 없었다.  

어느 날, 숀은 아파트 옆집에 사는 이웃 리아와 마주치게 된다. 그녀가 AAA배터리를 빌리기 위해서 그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사랑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응급실에서 만천하에 선포(6화)했던 숀이었지만 리아와의 첫 만남은 그의 마음을 쉽게(!) 바꾸게 한다.  

숀은 리아와 데이트를 열망한다. 그는 리아의 영향으로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어른의 세계로 나아가길 원한다. 그녀는 숀이 성인의 자아를 가진 굿닥터가 되는데 열쇠와 같은 존재다. 결국 그녀가 준 야구공은 동생 스티브의 사진과 함께 탁자 위에 나란히 놓여있게 된다.

세번째, 트라우마 극복하기
숀이 의사가 된 결정적 이유는 자신이 아끼던 토끼와 사랑하는 동생의 죽음을 목격했지만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죄책감에서 시작된다. 의사가 된 이후로 그는 때론 환자의 목숨을 구하기도, 환자를 잃기도 한다. 

하지만 환자를 치료하면서 어린 시절 동생과의 지난 기억들이 회복되고 어느 순간부터 서서히 트라우마에 익숙해지고 힘든 순간들을 극복하게 된다. 그가 사이렌 소리를 듣는 것에 한결 편해지는 순간 그는 아마 굿닥터가 되어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치심 중독 극복하기
사람들이 과거에 모멸감 혹은 창피스러운 기억을 극복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자신의 장점을 개발하고 그것으로 단점을 커버하는 것이다. 

숀은 동료의사들의 회의감과 환자들의 편견 속에서 힘들어하지만, 자신의 장점인 외과의로서의 탁월한 능력(서번트증후군)을 보여주고, 자신과 비슷한 입장의 환자들에게 자폐증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롤모델이 되면서 과거의 중독된 수치심에서 서서히 벗어나려고 애쓴다.

 

‘굿닥터’는 숀의 루징 – 자폐증을  병원이라는 사회 속에서 치유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굿닥터’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방식은 숀이 병원에서 그의 동료들과 어울리고 환자를 치료하면서 그 자신의 삶이 변화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른으로서 제 역할을 배워나가는 모습이다. 물론 시즌제 드라마이니 만큼 페이스 조절이 필요할 것이다.

 

[관련글]

미드 굿닥터의 주제와 인상적인 음악, 장면(스포일러 주의)

  • 시리즈명:  굿닥터
  • 시즌번호: 1
  • 에피소드번호: Ep1~E18
  • 장르: 메디컬
  • 비고: 왓챠
  • 스포일러: 시즌1 전체, 
  • 키워드: 강박장애, 자폐증, 서번트증후군

  1. (wounded inner child) [본문으로]
  2. 하고자 하는 일을 방해하는 것 [본문으로]

참고문헌: 존 브래드쇼,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 오제은역, 2004년,  학지사, P30-P91
이미지의 저작권은 ABC.com에 있습니다. (c) 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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