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줄거리와 주요 스포일러가 다수 등장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폴리티션은 글리의 크리에이터인 라이언 머피, 브래드 팰척, 이언 브레넌 트리오가 만든 드라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바버라를 배경으로 세인트 세바스찬 고교에 다니는 대통령이 목표인 페이튼 호바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시즌1에서는 주로 그의 학생회장 선거 캠페인이 중심이다. 장르적으로는 풍자 코미디, 정치, 하이틴 성장드라마, 뮤지컬 등이 섞여있다.

우선 풍자적이고 냉소적으로 비꼬는 코미디이다. 주인공 페이튼 집안으로 대표되는 미국내 상류층, 검은 돈으로 성공한 집안, 사기로 먹고 사는 사람들 1, 그리고 범죄와 연루된 주변 인물들, 부패한 경찰 등 비꼬는 대상은 돈의 유무, 역의 비중, 정치 성향을 따지지는 않는다. 드라마는 카툰 캐릭터처럼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등장인물들의 막장적인 행태 – 도덕인륜 무시, 법 무시, 각종 범죄행위 등등 – 를 꼬집어서 보여준다. 이러한 요소는 연극적이고 오버하는 듯한 캐릭터의 연기로 완성된다. 2
또 하나 정치 드라마로서 학생회장 선거운동과정에서의 디테일한 묘사가 돋보인다. 정책 토론, 러닝메이트, 아젠다 선점, 여론조사 추이 읽기, 상대 진영 약점 찾기, 선거 캠프 내 균열, 내부 단속, 부동층 표심 잡기 등등이 떠오른다. 특히 페이튼과 리버의 토론회 대결 중 과거 출간된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핀의 인종욕설부분을 PC 3관점에서 요즘시대에 맞게 삭제해야 할까 말까 여부에 대한 후보자 페이튼의 생각을 묻는 씬도 흥미로운 순간이었다. 4
그 외에 하이틴 성장드라마로서는 궁극적으로 페이튼의 정치적인 좌절 후 재 도전, 아스트리드의 반항과 독립, 인피니티의 인피니티로 돌아가기, 페이튼과 리버의 소울 메이트 관계 등 하이틴물이 가진 특징적인 요소를 고스란히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뮤지컬 드라마로서는 주연 배우가 토니상을 수상한 밴 플렛이어서 비중이 높을 줄 알았지만 그 정도는 아니고 약간의 필살기적인 한방으로만 아낀다.
그러나 이 네 가지의 요소가 합쳐졌을 때, 종종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는 느낌으로 매끄럽지 않다. 또 인물들 간의 반복된 막장적인 인과관계는 동어반복이라서 식상하다. 마치 “여러분 이것 모두 쇼라는 것 아시죠? “라고 말하는 느낌. 특히 설정부분에서 약간 의아한 부분은 페이튼의 엄마 조지나가 자신의 친 아들인 쌍둥이형제보다 양아들인 페이튼을 편애하는 부분은 동양적인 관점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이었다. 쌍둥이 아들들이 전 부인의 아들이었다면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드라마 속에 가장 흥미로운 순간은 역시 정치 드라마로서의 더 폴리티션의 모습이었다. 7화에서 이사회 회장은 페이튼에게 더스티의 사기극을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냐고 묻는다. 이 때 페이튼은 자신의 이야기 – 플랜, 큰 그림, 판 – 가 흔들려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학생회장 선거가 망하면 앞으로 자신의 정치인으로서 커리어는 끝장난다는 늬앙스의 말도 한다. 자신은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좋은 일을 하고 싶고 진심으로 학교를 발전시키고 싶었다라는 말도 한다. 그의 이 말 자체는 꽤 정치적이다.
이 장면의 눈에서 눈물을 막 쏟을듯한 그렁그렁한 페이튼의 모습에서 그가 가진 진정성을 보든 아니면 그가 정치적 인물이라는 반증이라고 주장하든 드라마 더 폴리티션이 한 정치인의 좌절된 모습을 밀도감 있게 담아낸 장면이라 생각된다. 시즌 1의 처음에 그는 눈물을 잘 흘리지 않는 자신을 소시오패스 – 그래서 페이튼이 나쁜 놈일 줄 알았지만 주변 인물들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치인 페이튼의 이해타산적인 말과 행동은 양호하게 보일 정도. – 같다고 자조했다. 그러나 그는 7화의 마지막에 자신의 대통령 플랜이 선로를 이탈한 후 대학 공부를 위해 뉴욕으로 떠나는데, 역에서 엄마와 이별한 후 펑펑 운다.
정치인의 눈물과 관련해서 더 폴리티션의 오프닝 크레딧에는 나무로 된 페이튼의 조각상 속에 총알을 세 방 맞아서 눈물을 흘리는 악어 피규어가 복선으로 등장한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악어가 먹이를 씹어 먹을 때 눈물샘을 자극해서 눈물을 흘린다고 하는 악어의 눈물과 다르게 진짜 총알을 맞아서 아파서 우는 악어다. 그 의미는 무엇일까? 그 악어가 정치인 페이튼이라면, 총알 1개는 리카르도가 연극 후 분장실에서 페이튼을 쏜 총알 1개(실제 쏜 것은 비비탄)로 보이는데, 나머지 총알 2개는? 다음 시즌을 위한 포석?
총평: 전체적으로 더 폴리티션은 앞에서 언급한 풍자 코미디로서 캐릭터들이 오버한다는 느낌과 반복되는 막장적인 설정 – 동물들이 사는 먹고 먹히는 정글 – 때문에 약간 의아한 경우가 있었고 캐릭터에 정을 붙이기 어려워서 특히 재미 부분에서 아쉽다. 그렇지만 정치드라마로서 디테일 측면에서 만족스러웠기때문에 그 불호가 약간 상쇄되었다. 끝으로 마지막에 실패를 딛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페이튼 호바트의 상원의원 선거캠프가 착착 정비되는 모습 – 뭔가 드림팀 – 은 시즌 2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 시리즈명: 더 폴리티션
- 시즌 No: 1
- 에피소드 No: 전 8회
- 방송사: 넷플릭스
- 장르: 정치, 코미디, 뮤지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