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신작 미드 리빙 위드 유어셀프(Living With Yourself)를 봤다. 리빙 위드 유어셀프의 컨셉은 흔히 고전적인 작품에서 많이 등장하는 불행의 씨앗, 불행을 불러오는 어떤 물건을 매개체로 인간의 DNA 복제 문제를 중년의 위기 – 일, 부부관계 등과 접목해서 이야기의 소재로 다루고 있는 블랙코미디 드라마이다. 전 8회이고 각각의 분량은 30분 내외이다. 크리에이터(기획, 제작)는 프로듀서로서 2012년, 2015년 두 번에 걸쳐서 더 데일리 쇼(The Daily Show)로 에미상 버라이어티부분을 수상한 바 있는 티모시 그린버그로 극본 역시 그가 썼다.

요약
주요 캐스팅
주요 캐스팅은 영화 앤트맨(2015), 앤트맨 앤 와스프(2018)의 폴 러드가 자기와 똑같은 클론과 함께 사는 남자 마일즈 엘리엇 역을 연기했다.
아일랜드 출신의 배우이자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아이슬링 베아(아슬링 베이 or 애쉴링 비)가 건축가(인터리어 디자인)인 마일즈의 부인 케이트 엘리엇 역으로 나온다. 넷플릭스의 코미디 라인업(2018)에서 그녀의 스탠드업 코미디 연기를 볼 수 있다.
아역배우출신 에일리아 쇼캣(1989년생)이 마일즈의 이복 여동생 마이 아역을 맡았다. 그녀는 아역시절 폭스 패밀리의 스테이트 오브 그레이스의 한나 레이번 역으로 알려졌다. 평론가들이 사랑하는 드라마 TBS의 다크 코미디 미스터리 드라마 서치파티(현재 시즌2까지, 시즌3예정)에서 도리 시에프 역으로 나온다.
줄거리
마일즈 엘리엇은 흔히 중년의 위기(갱년기)를 겪고 있는 브로드웨이 극작가를 꿈꾸는 광고 카피라이터이다. 그는 꿈에 그리던 교외에 집을 사는 데, 낮에는 광고주를 위해 직장에서, 퇴근 후에는 진짜 자신을 위해 글을 쓴다. 그러나 처음의 그의 계획과는 반대로 점점 타성적인 삶에 길들여지고, 그는 회사일도, 자신의 작가로서의 일도 엉망이 된다.
그런 그에게는 새로운 뭔가 기분전환이 필요한 순간. 근데 웬 걸 회사의 동료 댄(데스민 보게스)은 늘 에너지가 넘치고 생생한데, 그의 비결은 스파(Spa)였다. 결국 어마어마한 거금(현금 5억)을 들여서 프라이빗 회원제 스파의 비밀스러운 치료요법을 받게 되는데, 그러나 마취에서 깨어난 그는 집으로 돌아오지만 자신과 모든 것이 똑같은 클론과 조우하게 된다.
리빙 위드 유어 셀프 정보(Trivia)
Va bene(바 베네) : ok, all right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감상후기
내 몸이 두 개라면 – 유토피아적인 상상
얼마나 좋을까. 대부분 투잡을 하는 사람이라면 두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길 바란다. ‘내 몸이 두 개라면 이 일 저 일 착착할 수 있을 텐데.’
마일스, 클론, 케이티의 치정극
이러한 상상은 직장 일과 자신의 꿈인 브로드웨이 극작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사냥하고 있는 마일스 엘리엇이 어떤 스파의 비밀스러운 치료요법 후에 우연히 자신의 유전자 복제품인 클론과 함께 산다는 설정으로 드라마 속에서 현실화된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드라마는 유전자 복제와 조작의 윤리적인 문제보다는 중년의 부부의 직장, 부부 관계에 포커스를 맞춘다. 드라마는 자칫 흔한 마일스와 클론, 케이티의 치정극으로서의 결말이라는 관객의 예측을 벗어나기 위해서 두가지 방법을 쓴다. 우선 마일즈, 클론 마일즈, 아내 케이트의 관점으로 시점을 변화시키면서 클론의 등장이 그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서로 다른 시각으로 보여준다. 또 사건이 벌어진 시간 순서를 재 배열하는데, 결론적으로 관객의 드라마를 볼 때의 심리적 긴장감을 유지시키고 관객에게 약간의 혼란을 야기한다.
마일즈 엘리엇
유전자 복제 스파(Spa)의 원래 계획대로라면 그는 죽었어야만 했지만 스파의 실수로 살아남는다. 마일즈와 클론 마일즈, 그들의 첫 만남은 갑작스럽고 서로에게 경악할 만큼 놀라움이었지만 처음에 인간 마일즈와 클론은 마치 얻어걸린 행운처럼 매우 바람직한 공존 관계로서 서로 파트를 나눈다. 마일즈는 클론을 직장으로 보내고 그 시간에 자기는 자신의 오랜 꿈인 브로드웨이를 위한 연극 극본을 쓰는 데 투자한다. 그러나 인간 특유의 비교의식으로 곧 클론이 자신보다 직장일, 아내 케이트와의 관계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심리적인 좌절감에 빠진다.
클론 마일즈
클론 마일즈는 마일즈의 가장 좋을 때의 모습과 같다. 마치 새 PC에 윈도우 10과 이전 PC의 데이터를 클론 디스크로 갓 복사한 상태와 같은 생생함 자체다. 그는 직장과 가정 모든 부분에서 오리지널보다 잘 해내지만 부부 성생활에서 배제되다 보니 자신이 결국 진짜가 아닌 대타라는 자각을 하게 되고 패배감을 느낀다. 그는 마일즈의 여동생 마이야의 조언으로 다른 여자를 통해 케이트를 잊으려고 하지만 마일즈의 클론인 탓에 그럴 수가 없다. 즉, ‘클론의 비극’ 이다. 결국 그의 마음에는 오리지널에 대한 미움이 싹튼다.
케이트 엘리엇
남편의 뜻대로 마지못해 교외로 이사를 한 케이트 그러나 의도와 다르게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는 남편의 모습에 실망과 함께 부부관계는 점점 악화되는데, 어느 날부터 남편이 달라졌다. 케이트는 처음에 갑작스러운 남편의 텐션 변화에 큰 병을 의심하기도 한다.
결국 케이트가 클론 마일즈에게서 발견한 것은 남편의 예전 활력이 넘치던 최고의 상태이던 모습이다. 후에 클론의 정체를 알게 되고 남편의 빈자리를 그로 잠시 채우려고 하지만 결국 그녀 또한 이미 중년인지라, 클론 마일즈와 자신을 비교하게 되고 생생한 그의 페이스에 보조를 맞추기 힘들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근데 당신이랑 비교되지. 근데 난 예전이랑 똑같이 힘들고 지긋지긋해”
불행의 씨앗, 불운을 가져오는 매개체 크리덴자(Credenza)
드라마상에서 크리덴자는 주인공이 불행해지는 매개체이다. 마일즈 엘리엇의 아내인 케이트는 자신의 고객의 남편이 구호단체에 내놓은 캐비닛 가구인 크리덴자를 순간적인 욕심으로 훔친다. 그리고 자기가 새로 산 교외의 집에 가져간다. 크리덴자가 집에 오고 난 후 남편 마일즈는 그 옆을 지날 때마다 부딛친다. 이 장면은 크리덴자가 마일즈와 갈등관계에 있는 물건임을 암시한다.
크리덴자는 새로운 물건(마일즈) 혹은 남의 물건을 의미한다. 케이트는 크리덴자에 마일즈와 자신의 이니셜을 새기는 데, 이것은 클론에 기존 마일즈의 유전자 정보(데이터)를 새기는 것과 의미상 통한다. 결국 새 물건이나 남의 물건에 내 정보를 새긴다고 그게 오리지널 나 자신이 되지 않는다는 은유적인 의미로 유전자 복제, 조작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인 관점을 보여준다. 나중에 케이트는 클론 마일즈에게 남편이 크리덴자를 싫어한다고 말하면서 클론의 집에 크리덴자를 옮겨 놓는다.
#십계명 #네 이웃의 물건을 탐하지 마라
리빙 위드 유어셀프: 디스토피아의 결말
결말 보기 – 스포일러
마지막 회에 오리지널 인간 마일즈(구형)와 클론(신형)이 몸싸움을 하는 장면은 마치 우리 마음속의 두 개의 생각들 – 낡은 생각과 새로운 생각이 뒤엉켜 있는 혼돈상태(chaos)를 보는 듯하다. 그리고 격렬한 싸움의 와중에 우연히 그들은 불행의 씨앗인 크리덴자를 함께 부순다. 그것은 예기치 않게 치정극의 파국을 막는다.
총평
드라마 리빙 위드 유어셀프는 중년의 갱년기의 해결책으로서 유전자 복제를 통한 유토피아적인 미래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유전자 조작 기업의 우연한(?) 실수로 자신의 복제품인 클론과 함께 살게 된 인간 마일스의 예를 통해서 디스토피아적인 현실이 되고 이상적인 꿈은 악몽이 된다. 즉, 드라마는 인간과 클론과의 동거를 통해서 DNA 복제가 가져올 일상생활의 단면들을 블랙코미디로 재밌게 보여준다.
결론 부분에서 불행의 씨앗이었던 크리덴자가 부서지자 모든 불행이 급 해결되고 위 와 더 월드(We are the world) 식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부분은 전형적인 고전 클래식에서 보던 불행의 근원이 사라지자 그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결말을 연상시킨다. 개인적으로 코미디 다운 결말이었다고 생각된다.
전체적으로 리빙 위드 유어셀프는 올해 본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 손에 꼽힐 정도로 잘 만든 느낌 – ‘일관된 컨셉’ – 을 받았다. 우선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편집의 승리 – 한 편의 문학을 감상한 기분 – 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사건 순서의 재 배열과 캐릭터의 시점 편집으로 불행을 가져오는 물건이 관련된 흔한 치정극이 특별해졌다. 물론 마일즈, 클론, 케이트의 주요 갈등 상황이나 부수적인 사건 등 이야기의 디테일이 그 뒤를 받쳐줘서 완성도가 높아졌다. 30분 내외의 짧은 시간으로 인한 빠른 템포도 지루할 틈새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연기에 대한 부분은 폴 러드의 연기가 좋았고 특히 후반부 몇몇 클론 연기 부분은 빵 터졌다. 아이슬링 베아(케이트 역할)의 즉흥적인 남편과 대비되는 현실적인 부인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넷플릭스에서 그녀의 스탠드업 코미디를 먼저 안 본 게 신의 한 수. 미리 그녀의 코미디를 봤다면 그녀의 케이트 연기에 몰입하기 어려웠을 듯.
과연 나랑 같은 클론과 살게 되면 어떨까? 상상하기 조차 싫은 소름 아니면 잘 지낼 수 있을 것도 같다?
- 시리즈명: 리빙 위드 유어셀프(Living With Yourself)
- 시즌 No: 1
- 에피소드 No: 총 8회
- 방송사: 넷플릭스
- 장르: 블랙코미디, 디스토피아
- 크리에이터: 티모시 그린버그
refterence from https://en.wikipedia.org/wiki/Living_with_Yourself
https://tvline.com/2019/09/16/paul-rudd-living-with-yourself-trai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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