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으로 향하는 지옥과도 같았던 여정’이었다고 축약할 수 있는 파라마운트+ 미드 ‘옐로우스톤’의 프리퀄1프리퀄: 전작의 속편으로 시간 상으로 이전 시대를 다룬다. 1883을 봤다.
드라마 1883은 미국에 도착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이민자의 장밋빛 희망을 깨뜨리는 정착 과정의 고난을 다룬다. 녹록지 않은 이민 생활 속에서 다시 서부로 이주를 계획한 이민자들은 위험천만한 긴 여정에 나선다.
이 후 내용이나 줄거리 스포일러가 있음
요약

1883는 무슨 이야기?
드라마 1883은 제임스 더튼과 그의 아내 마가렛, 17살 딸 엘사, 5살 아들 등 더튼 패밀리의 미국 남부 택사스 주 포트워스에서 대평원 7대평원(Great Plains): 미국 록키산맥 동쪽의 대평원을 가로질러 서부 몬타나주 옐로우스톤 목장까지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말하자면 1세대 더튼 패밀리가 어떻게 옐로우스톤에 정착하게 되었는지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간다. 드라마는 일종의 로드무비 형식의 서부극으로 시리즈는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제작진 소개
옐로우스톤의 크리에이터 테일러 셰리던이 마찬가지로 기획을 했고 극본을 썼다. 1화는 직접 감독까지 맡았다. 셰리던은 직접 카메오 출연을 하기도 했는데,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 주연 배우 못지 않았다.
작품의 배경
1883을 보기 전에 1883년은 과연 역사적으로 어떤 해였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오늘의 역사’ 관점에서 보자면 뉴욕의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연결하는 브루클린 교가 5월 4일 개통되었고 시카고 – 시애틀을 연결하는 북태평양철도가 완공되었다.
미국의 이민사적 관점에서는 1882년부터 그동안의 무제한적인 이민 정책에서 벗어나 이민제한정책이 생겼다. 우선 1882년에 중국인 배척법 통과와 더불어 죄수, 광인, 백치 등의 입국을 금지 시켰고 주 정부 차원에서 빈곤층의 이민을 제한했다.
다시 1883 이야기로 돌아와서 1865년에 남북 전쟁이 끝나고 한참 지난 후이지만 아직 전쟁의 상흔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는 상태이다.
제임스 더튼은 남군 소속의 대위로 패전 후 3년간 연방교도소에서 갇혀있다가 풀려났다. 동행하는 웨건 8왜건: coverd wagon으로 포장을 씌운 마차 행렬을 인솔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 시어 브래넌은 전쟁 당시 북군 소속의 대위였다. 두 사람이 전쟁에서 서로 적이었으니 초반 탐탁지 않게 상대를 대하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그들은 왜 최초에 오리건을 목표로 했나?
1862년 제정된 홈스테드법(Homestead Act)은 가구주나 21세 이상의 사람이 서부 미개척지에 최소 5년 동안 거주하고 개량할 경우 160에이커9160에이커: (1에이커=1224평x160=195,840평, 1에이커=4,046m²x160=647,360m²)의 토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한마디로 무상으로 토지를 소유할 수 있게 한 이 법으로 인해서 서부로 이민자의 유입이 증가했다. 법이 시행된 후 20년이 지난 1883년 당시에도 개발이 상당히 진행된 다른 주 – 대표적으로 캘리포니아 – 에 비해서 오리건 주는 척박한 환경으로 여전히 미개척지가 남아있어서 특히 유럽의 소작농 출신 이민자들에게 자신의 땅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곳이었다. 반면에, 이러한 이민자들의 서부 러쉬 뒤에서 기존의 땅을 차지하고 있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원주민 보호구역으로 강제 이주되는 일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다.
왜 철도시대에 위험한 육로를 택했나?
히스토리닷컴에 따르면 1869년에 중부 네브라스카 주 오마하 출발 –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도착 철도 노선을 탄 뉴욕타임스 기자는 4일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1883년 보다 무려 15년 전 일이다. 그래서 단순히 위 노선의 왕복거리를 텍사스 포트워스와 오리건 포틀랜드까지의 거리로 잡으면 열차를 이용했더라면 8 – 10일정도면 오리건에 도착했을 수 도 있다. 당시 아이오와주에서 시작된 대륙횡단철도는 네브라스카, 캘리포니아까지 2000마일정도의 거리를 연결했는데 웨건으로 6개월, 역마차10역마차: Stagecoach로 25일이 걸리는 거리를 획기적으로 단축했다고 한다.
그런데, 왜 위험한 왜건 여행을 택했을까? 드라마는 주로 경제적인 측면에 주목한다. 동시대의 문명이 주는 이기의 혜택을 모든 사람이 함께 누리지 못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웨건을 통한 육로 – 흔히 마차가 다니는 비포장 시골길(trail) – 를 택한 가장 큰 이유는 이민자들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서 열차표를 사기에 경제적인 부담이 되었다. 실제로 브래넌이 총도 없이 말도 없이 무모하게 여정을 시작하려는 독일계 이민자들에게 포틀랜드까지 열차를 타고 가라고 일갈을 하는 데, 그들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다면 열차로 가는 것이 안전하고 빠른 선택지였다.
출발 전에 독일계 이민자들이 오리건까지 핑커톤 에이전시에 1가족당 200달러를 비용으로 냈는데, 열차 요금은 이보다 훨씬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튼 패밀리의 경우에도 제임스가 웨건으로 테네시에서 먼저 출발했고 가족은 기차를 타고 나중에 왔는데, 마치 한국이라면 아버지가 이사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이삿집 용달차를 직접 빌려서 목적지로 출발하고 가족은 열차를 타고 나중에 합류하는 식이다.
반면에 육로로는 6개월정도 걸리는 대장정이었기 때문에 – 물론 초반 핑커톤 에이전시에 고용된 젊은 카우보이 에니스는 4개월정도로 봤다. – 에이전트들은 여름이 오기 전에 오리건에 도착하기를 바랐다. 토마스가 땅 파려면 더워지기 전이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일행을 방훼한 것은 날씨와 기후를 포함한 자연환경만이 아니었고, 무장강도떼와 원주민 부족들의 땅을 무사히 통과해야 하는 숙제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위에서 언급했듯이 1883년 9월에 미국의 북태평양철도(시카고-시애틀)가 완공되고 남태평양철도(뉴올리언스-LA)가 역시 1883년에 완공된다. 그러나 이들 두 노선을 직접 이용하기에는 텍사스의 포트워스는 위치가 어중간했다. 더튼 패밀리가 원래 살던 테네시에서 출발했다면 1883년 개통된 북태평양철도를 이용해서 오리건으로 가는 것이 가능했다.
1883년에 포트워스에서 오리건까지 기차로 가는 법
드라마에서도 언급했듯이 1883년에도 기존의 철도 노선을 이용해서 가는 방법이 있었다. 우선 텍사스 포트워스에서 ‘텍사스 태평양철도(the Texas and Pacific Railway)’를 이용해서 텍사스 엘파소까지 간 다음 그 곳에서 남태평양철도로 갈아타서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후 오리건 앤 캘리포니아 철도로 오리건 주 포틀랜드까지 갈 수 있다.
- 1878년의 텍사스 태평양 철도 노선: 동부 텍사스 마셜(종점)에서 서부 텍사스 엘파소(종점)까지 연결되어 있다. 지도보기
- 1871년의 남태평양철도 노선: 엘파소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연결되어 있다. 지도보기
그밖에 철도시대 이전에 서부로 가는 주요 루트인 오리건 트레일(오리건 가도)도 있다. 중서부 미주리에서 오리건까지 연결되어 있는 마차(웨건)가 다니는 2000마일(약 3200 킬로미터)에 달하는 길이다. 당시 만약 더튼 패밀리가 테네시에서 육로로 출발했다면 오리건 트레일를 이용했을 것이다. 물론 6개월정도가 걸렸을 것이고 위험한 것은 매한가지였을 것이다.
등장인물과 인물관계도
1883의 캐릭터들은 1883년에 오리건으로 향하는 더튼 대가족과 그들의 길잡이와 보디가드 역할을 맡고 있는 핑커톤 에이전시와 카우보이들, 그리고 독일계 이민자들로 나뉜다.
더튼 패밀리
더튼 패밀리는 처음 6명의 가족이 텍사스 포트워스에서 출발한다.
- 제임스 더튼(팀 맥그로)은 원래 테네시에 정착한 이민자이지만 텍사스 포트워스를 출발점으로 새로운 아메리칸 드림을 갖고 오리건 주로 향한다. 남북전쟁 당시 남군 대위로 복무했다.
- 마가렛 더튼(페이스 힐)은 제임스의 아내이다. 남편과 맏 딸 엘사, 5살의 어린 아들 존 더튼 시니어(오디 릭)과 함께 길고 위험한 여정을 함께 한다.
- 엘사 더튼(이사벨 메이)은 극의 나레이션을 맡고 있는 제임스와 마가렛의 17살 딸이다. 이제 막 성인으로 진입하는 나이이다.
- 존 더튼 시니어(오디 릭)는 5살의 제임스와 마가렛의 아들
- 클레어 더튼(돈 올리비에리): 제임스의 누나, 엘사와 존의 고모
- 메리 아벨 더튼(엠마 말로프): 클레어의 딸
핑커톤 에이전시와 카우보이
- 시어 브래넌(샘 엘리엇)은 핑커톤 에이전시라는 당시 실제로 존재했던 사설탐정(경비, 용역)업체의 포트워스 사무소를 운영하는데, 서부로의 긴 마차 행렬을 이끌고 있다. 긴 여정 동안 가이드 역할과 무리의 안전을 책임진다. 북군 대위출신이다.
- 토마스(라모니카 가렛)은 핑커톤 에이전시 소속 브래넌의 동료 에이전트이다. 북군의 하사관 출신이다.
- 웨이드(알렉스 파인)는 핑커톤 에이전시에 고용된 베테랑 카우보이이다. 긴 여정 동안 소 떼의 안전을 책임진다.
- 에니스(에릭 넬슨)는 핑커톤 에이전시에 고용된 카우보이이다.
독일계 이민자들
- 노에미(그레티엘라 브란쿠시)는 롬인, 흔히 집시로 불린다. 남편은 죽고 아들 둘과 함께 오리곤으로 향한다.
- 조세프(마크 리스만)는 독일 이민자들의 리더이다.
기타
- 샘(마틴 센스마이어): 코만치족
- 짐 코트라이트(빌리 밥 손튼): 마샬
- 스포티드 이글(그래엄 그린): 크로우족11크로우족: 몬태나 주에 살던 원주민 부족
- 2화에 톰 행크스가 카메오로 출연했다.
1883의 줄거리
1883은 더튼 패밀리의 엘사의 나레이션과 함께 이야기가 진행된다. 엘사와 일행들이 원주민 부족들의 습격을 받는 장면이 이어지고 잠시 후 가족을 잃고 실의에 빠진 한 노인의 모습을 비춘다.
천연두로 아내와 딸을 모두 잃고 상실감에 쌓인 시어 브레넌이 집을 불태우고 죽음을 결심하려는 찰나 그의 동료 토마스가 일거리를 가져온다. 독일계 이민자들 무리들을 오리건까지 길 안내를 하고 지켜주는 일이다. 물론 두 사람 모두 오리건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염두해 두고 있다. 브레넌과 토마스는 포트워스의 사무실로 향하는 길에 무장 산적 떼에게 쫓기는 제임스 더튼의 마차를 목격한다. 그러나 산적 떼 다섯은 한 명인 제임스를 해치우기가 쉽지 않다. 도리어 그들은 제임스의 손에 당하고 만다.
포트워스에 도착한 제임스는 그 곳에서 테네시에서 열차로 뒤늦게 도착한 나머지 가족들과 만난다. 더튼 패밀리는 독일계 이민자 무리들과 그들을 에스코트 해줄 핑커톤 에이전시의 브레넌과 토마스 그리고 나머지 카우보이 일행들과 동행을 하게 되면서 오리건을 향한 긴 여정에 나선다.
여정 속에서 꽃피는 삶의 의미
흔히, 삶을 길에 비유한다. 1883년 더튼 패밀리가 오리곤으로 향한 길 역시 그들의 삶이 녹아 있다. 그 길은 안전한 철돗길이 아니었고 위험천만하지만 그들에게는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길, 바로 ‘아메리칸 드림’이었다.
드라마의 내용은 단순하다. 더튼 패밀리, 독일계 이민자 무리, 그리고 그들의 비상 식량 혹은 농사 수단이 되어줄 소 떼, 사람들과 소 떼를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안내하면서 지키는 핑커톤 에이전시의 두 명의 에이전트와 카우보이들의 텍사스 포트워스에서 오리곤까지의 3200킬로의 웨건 여정을 따라간다. 그들이 중간에 싸워야 하는 대상은 자연적인 재해, 산적떼들, 내부의 적들, 원주민 부족들, 그리고 바로 그들 자신들이다. 그들의 진행을 방훼한 모든 것들이 마치 우리가 삶에서 만나게 되는 방해물(setback)이다.
1883이 전해주는 드라마는 길 위에서 사건과 갈등이 벌어지고 궁극적으로 종점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게 만드는 로드 무비의 형식을 띄고 있다. 특히 17세 엘사의 치열한 삶이 전하는 감동적인 울림은 강한 여운으로 다가왔다.
총평
근래 테일러 셰리던의 드라마를 여러 작품들을 보면서 정말 드라마 재밌게 만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데, 그런 재미에 감동이 플러스 된 드라마였다. 주말에 몰아보기 정주행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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