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줄거리와 주요 스포일러, 결말이 다수 등장합니다.
쿠팡 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는 이주영 각본, 감독, 건축학 개론의 배우 수지 주연의 심리,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이다. 2017년 발행된 정한아의 소설 ‘친밀한 이방인’을 바탕으로 각색된 전 6화의 시리즈는 2022년 6월 24일부터 매주 금요일 저녁 8시에 순차 공개된다. “항상 그랬어요. 나는 마음먹은 건 다 해요.” 드라마 ‘안나’에서 유미는 ‘안나’라는 페르소나, 일종의 가면을 쓴 채로 독백을 한다. 그런데, ‘마음먹은 건 다 해요’라는 말은 아이러니하다. 극 중 유미는 자신의 가진 재능(탤런트) 보다 더 많은 것을 늘 원했는데, 그래서 실패를 하게 된다. 즉,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 않았다. 결국 그 실패를 거짓말로 때우는 인생을 산다.

페르소나. 연극에 쓰는 가면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이 말은 여러가지 뜻이 있지만, 그중에서 어떤 사람의 사회적 이미지를 떠올릴 때 자주 접하는 말이다. 이를테면, 우리는 사회생활을 할 때 일종의 페르소나를 가진다. 그 가면이 스스로 원했던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서 “부모님 말 거역 못하는 착한 장남, 졸부 부모를 둔 해외 유학파, 친절한 교회 오빠, 공부면 공부, 재력이면 재력, 운동이면 운동 등 다 가진 엄친아 혹은 엄친딸, 자식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어머니, 자신보다 주변만 챙기느라 의외로 실속 없는 빛 좋은 개살구 등등 “. 평소 자신의 이상과 맞아떨어진다면 스스로 긍정할 수도 있지만 부정적인 것이라면 자신의 페르소나를 부정할지도 모르겠다.
페르소나는 주로 사회적으로 부여되지만 직접 이미지 메이킹으로 만들기도 한다. 물론 사회적으로 인정되는가는 또다른 문제이다. 스스로 페르소나를 만든 대표 격은 콘셉트의 형태로 뮤지션이 의도적으로 창조해내는 경우이다. 주로 락 뮤지션이나 메탈 뮤지션들이 독특한 분장이나 의상으로 무대 위에서 평소와 다른 고유한 페르소나를 창조해내곤 한다. 지금 소개할 쿠팡 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 역시 극 중 고졸의 유미가 스스로 해외 명문대를 나온 대학 강사 ‘안나’라는 페르소나를 창조한 경우이다.
안나의 줄거리(주요 시놉시스, 아래로 스포일러 주의)를 소개하자면 처음에 어떤 비현실적인 도로에서 유미 곧 안나가 몰던 차는 전봇대에 부딪치면서 사고를 낸다. 그리고 그녀는 차에서 나와서 걸어가다가 불타버린 차를 돌아본다. 마치 프로 거짓말쟁이인 그녀의 인생이 사고로 일시적으로 중단된 듯하다. 이윽고, 1986년 필립스 대령부부를 만난 그녀의 어린 시절 과거로부터 연대기적으로 안나의 이야기는 풀려나간다.
사실상 특출나지는 않았던 유미의 삶은 그녀가 명문대 합격이라는 상징적인 거짓말을 시작한 이후로 자신이 바라던 이상적인 가면을 쓴 채로 인생에서 승승장구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거짓말로 점철되어 있고 모든 것이 일종의 임기응변으로 땜질되어 있는 그녀의 가면은 허점 투성이었다. 1화와 2화에서 그녀는 짧은 성공을 하지만, 곧 그녀의 거짓말은 발각되고 도망친 후 다음 페르소나; 가면으로 갈아타면서 생명력을 이어간다. 그러나 2화의 마지막 즈음에 다시 한번 위기에 봉착한다.
우리 모두가 욕망하는 것을 가지길 원하듯이 드라마 ‘안나’에서 유미 또한 자신이 꿈꾸던 이상적인 것들을 갖고 싶어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실패하자 그것을 다 가진 ‘안나’라는 페르소나를 창조했다. 허나, 그녀가 원한 것은 목표의 본질적 가치가 아닌 껍데기일 뿐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지와 같은 경험적 가치는 필요 없었고 단지, 성공의 피상적인 결과물만 원했다. 진정한 노력 없이, 거짓말로 목표하던 것을 가지게 된 유미는 그 껍데기만 가지면서 모든 일이 술술 풀리기를 바랐다. 마치 명문대 대학 졸업장만 있으면, 성공이 보장된다고 믿는 것처럼.
페르소나를 소재로 다룬 드라마에서 결국 거짓말쟁이의 결말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3화부터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도 흥미롭고 수지의 원맨쇼 같은 이 드라마의 결론이 어떻게 맺어질 지도 궁금하다. 과연 첫 장면은 단순히 그녀의 가면이 또 발각되서 도망치다가 사고를 낸 것 일까? 아니면 더욱 호된 결말이 준비되어 있는 걸까? 마지막으로 드라마 속 그녀의 도주를 보면서 거짓으로 사는 인생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마치 의미 없는 짓을 열심히 하면서 사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결국 유미의 나름 부지런한 거짓말 인생은 타성적인 삶의 동의어로 보였다.
총평: 수지는 드라마에 순식간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타고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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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신작 거짓말의 거짓말 후기
- 시리즈명: 안나
- 시즌 No: 1
- 에피소드 No: 1, 2화
- 방송사: 쿠팡플레이
- 장르: 심리, 미스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