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줄거리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즘 오렌지색상이 유행이야라는 정도의 의미를 가진 넷플릭스의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은 여자 교도소를 다룬 드라마이다. 극중 오렌지 색상의 재소자 옷을 입게 된 주인공 파이퍼가 자조하는 말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대표 드라마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의 시즌1을 봤다. 1
요약

제작 배경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은 10년전 한번의 실수로 인해 연방교도소에 입소하게 된 백인 상류층(뉴욕 어퍼이스트 여피) 30대 여성의 교도소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이다. 장르적으로는 코믹적인 요소도 있지만 그렇게 오버를 떠는 듯한 느낌은 아니라서 드라마에 가깝다. 사실 그동안 교도소를 다룬 드라마는 주로 남성적인 영역으로 치부되어 여자 교도소를 다룬 드라마는 거의 보기 힘들었다. 위즈(Weeds)의 성공적인 제작자 젠지 코한은 파이퍼 커먼의 자전적 회고록을 접한 후 베일에 쌓여 있던 여자교도소라는 소재를 가지고 흥미로운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흔히 통계상으로 미국의 교도소에는 실제의 인구비율보다는 히스패닉이나 흑인 재소자의 비율이 높다고 한다. 그래서 교도소를 소재로 드라마를 만들게 되면 이 두 인종의 비율이 높을 수 밖에 없지만, 제작자의 입장에서 보면 평범하게 히스패닉이나 흑인이 주로 등장하는 드라마는 아무래도 대중의 흥미를 끌기 어렵고 여전히 미국의 실제 인종비율상으로 절대 다수인 백인 2 시청자를 외면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청률 확보와 드라마 판매에 애를 먹게 된다. 결국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처럼 절충적인 모델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즉, 주연이 여성일 경우, 백인이 주인공이고 금발이면 더욱 유니크 – 대체로 미국에서 선천적인 금발은 갈색보다 덜 흔하다 3 – 해지고, 더 나아가 그 재소자 주인공이 뉴욕의 상류층이 거주하는 맨하튼의 어퍼이스트 사이드 4의 30대의 성공한 여피 5라면 관객의 흥미를 끄는데 안성맞춤이다. 이러한 점들이 파이퍼 커먼의 스토리가 제작으로 결정되게 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6
줄거리와 컨셉
오렌지 이즈 더 뉴블랙은 주인공인 파이퍼 채프먼(테일러 쉴링)이 레즈비언이었던 대학시절 마약자금이 들어있는 여행가방(suitcase)을 운반한 죄로 10년이 지난 후 뒤늦게 기소가 되어서 15개월 형을 선고 받고 리치필드 연방교도소에 입소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교도소내의 일화가 주요 내용이다. 파이퍼가 교도소에 들어가야 되는 현실속에서 안절부절하는 상황부터,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을 따라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드라마는 교도소를 다룬 기존의 여러 드라마 혹은 영화들의 클리셰적인 요소들을 갖고 있다. 크게 봐서 교도관과 재소자의 관계, 재소자들간의 관계가 중심이 되고 그 외 재소자들의 과거를 보여주면서 어떻게 교도소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이유를 추적한다. 이를 통해서 현실세계의 복사판인 교도소내의 부조리한 현실을 통해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는 시도를 한다.
기존 교도소 드라마와의 비교와 차이점
교도소에 대해서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이미지는 뭐가 있을까? 죄를 지은 것에 대한 처벌을 받는 곳 혹은 한번의 실수로 재수 없이 가게 되는 곳, 그것도 아니면 누군가 – 주로 조직폭력배에게는 하나의 훈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흔히 남자 교도소를 다룬 작품은 대부분 탈옥을 다루거나 – 드라마로 한정하면 프리즌 브레이크 아니면 온갖 쓰레기인 인간 군상들에 포커스를 맞춘 오즈, 두가지 정도가 떠오른다. 오늘 다룰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은 후자에 가깝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관객이 교도소 드라마를 볼 때 예상할 수 있는 혹은 기대할 수 있는 일반적인 하드코어적인 것보다는 순화되었고 사뭇 얌전한 버전이다. –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하드코어한 역겨움을 주는 장면이 빠지지는 않는다. 거기다가 레즈비언 로맨스물적인 요소 – 타겟을 여성시청자로 확실히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 가 첨가되어 있다. 타겟을 여성으로 잡았기 때문에, 에피소드별 스토리 라인자체가 여성적인 취향을 많이 반영하고 있어서 남성시청자입장에서는 공감하기가 어렵거나 그다지 재미를 느끼기 힘들 수 있다.
collider.com CHRISTINA RADISH와의 인터뷰에서 제작자 젠지 코한은 딱히 여성을 내세우기보다는 결함있는 인간의 얘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여성 작가의 시선에서 바라본 여성 교도소 드라마이기때문에 자연스럽게 여성의 관점이 많이 드러난다. 그리고 이 드라마에서 남자역할은 약간 타자화 – 다른 종류 혹은 외부인 – 되어 있는데, 그것은 마치 남성 역할이 중심이 된 블록버스터 버디 액션물에서 여자 캐릭터의 성격과 비중이 갖는 의미와 비슷하다.
인간의 불완전성
드라마의 구성 역시 흔히 교도소 드라마에서 접하는 모습이다. 주연 캐릭터들의 현재 교도소 상황과 과거를 플래쉬백을 통해서 간간이 보여주면서 현재의 그들의 모습에 어느정도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과거 어떤 삶을 살았고 왜 교도소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를 관객에게 납득시키려 한다. 이러한 구성은 잘못하면 범죄자 미화라는 단골 공격을 받을 여지가 있지만 제작자 젠지 코한이 앞서 언급한 인터뷰에서 밝힌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해 이해하려는 마음을 갖는다면 감내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결국 드라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은 인간의 전체적인 성격을 보여주려고 한다. 선과 악으로 구분된 이분법적인 인간을 보여주기보다는 불완전한 인간을 수긍하면서 그런 모가 난 그릇에 담긴 일말의 진실된 모습에서 희망을 보여주려는 시도를 한다.
몇몇 등장인물로 예를 들자면, 약혼자 레리 블룸(제이슨 빅스)를 사랑하지만 자신의 옛 레즈비언 애인 알렉스 보스(로라 프리폰) 또한 사랑하면서 둘 사이에서 이리저리 줄달리기를 하는, 거기다 자신의 상류층 배경을 너무 사랑해서 알렉스의 배경으로 추락하는 것은 원치 않는 채프먼, 채프먼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성공을 위해 그녀의 동의 없이 그녀의 교도소 경험을 이용해 먹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레리 – 너무나도 대중이 그런 요소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는 유명세의 유혹을 이기질 못한다. 엄마처럼 자신을 따르는 재소자들을 보호해주지만, 주방장이라는 권력을 사유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러시아 출신의 갈리나 ‘레드’ 레즈니코프(케이트 멀그루) 등등 주요 캐릭터들의 모습은 고정된 성격이기 보다는 완벽하지 않지만 이중적이고 매력적인 인간 자체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도 일상에서 의미를 찾거든요”
– 11화 감성적인 남자 편에서 파이퍼의 피앙세 레리가 라디오쇼에 출연해서 파이퍼와의 전화통화로 들은 교도소의 여러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그녀의 상의없이 언급하는 씬(scene) 중에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이 보여주는 것은 하나의 삶이다. 교도소에서도 그들만의 시간 속에서 – 마치 세상의 시간은 멈춰져 있고 교도소의 시계침만 돌아가는 듯 – 하나의 삶이 흘러간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저마다 자그마한 진실을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성찰할 꺼리를 던져준다.
- 시리즈명: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 시즌 No: 1
- 에피소드 No: 10부작
- 방송사: 넷플릭스 오리지널
- 장르: 드라마, 코미디
- 재소자 1년차를 상징하는 옷색깔 [본문으로]
- https://www.pewresearch.org/fact-tank/2019/04/30/shrinking-gap-between-number-of-blacks-and-whites-in-prison/ft_18-01-10_prisonracegaps_2/ [본문으로]
- https://www.census.gov/quickfacts/fact/table/US/PST045218 [본문으로]
- http://www.plosgenetics.org/article/fetchObject.action?uri=info:doi/10.1371/journal.pgen.1000074&representation=PDF [본문으로]
- Upper East Side [본문으로]
- young urban professionals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