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줄거리, 결말 등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스쿨 오브 락의 각본가가 기획한 HBO 풍자 코미디 미드 ‘화이트 로투스’는 한 럭셔리 리조트를 배경으로 한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로부터 출발한다. 과연 1주일동안 그 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줄거리를 살펴보면 배경은 하와이 마우이섬 리조트 ‘화이트 로투스’. 리조트의 매니저 아먼드(머레이 바틀렛)와 크루들이 손님들을 맞이한다. 그 손님들 중에는 신혼부부인 레이철과 셰인 패튼 부부, 니콜 모스베커의 가족일행, 그리고 최근 어머니의 죽음을 겪은 타나 맥와드가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그들 모두 이 멋진 하와이의 리조트에서 꿈 같은 휴식과 재충전의 1주일을 기대하지만 나름 각자의 걱정거리를 하나씩 갖고 있는 데다가 뭔가 잘못되어 간다.
요약
휴가지 리조트에 온 사람들
우선, 셰인과 레이철 부부
– 둘은 신혼부부다. 셰인(제이크 레이시)이 레이철(알렉산드라 다다리오)의 미모에 반해서 결혼을 한 케이스. 셰인은 도착하자마자, 방 예약이 잘못된 것을 알아채고는 매니저 아먼드에게 시정을 요구했지만, 잘 되지 않자 빡쳐 있다. 그는 휴가기간 내내 그 매니저를 어떻게 골탕 먹일 지에 대한 생각에 빠져있다. 그에 반해 레이철 aka 트로피 와이프는 자기의 진로 문제로 불안한 상태인데 프리랜서 기자 신분에 대한 고민으로 일주일 내내 아무나 붙잡고 일단 조언을 구할 태세다.
세계 최고 검색엔진의 CFO 니콜 모스베커와 그녀의 가족들
– 니콜(코니 브리튼)은 휴가지까지 일을 갖고 오는 전형적인 워커홀릭. 그녀의 남편 마크(스티브 잔)는 커밍 아웃하고 죽은 어버지에 대한 생각에 골몰해 있다. 니콜과 마크의 딸 올리비아(시드니 스위니)는 쿨병에 걸린 비꼬기가 취미인 대학생, 그녀의 친구 폴라(브리트니 오그레디)는 나름 실속파로 이미 휴가지의 사랑을 구한 상태다. 16살 아들 퀸(프레드 헤킨저)은 10대의 흔한 성장통을 겪고 있는 사춘기 소년.
그리고 엄마를 잃은 타나 맥와드(제니퍼 쿨리지)
– 상실감을 겪고 있는 그녀는 리조트 마사지샵의 매니저 벨린다에게 접근한다.

상대적 박탈감
화이트 로투스가 제기하는 주제 중 흥미로운 점 가운데 하나는 바로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이야기다. 드라마는 고급 리조트의 수영장 수면 아래에 숨어 있던 자본주의 세상의 상대적 박탈감을 슬쩍 들어 올린다.
드라마를 보고 나서 “하와이 사람들이 백인들 앞에서 훌라 춤을 추는게 기분이 언짢을 일인가?”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사실 토착민들이 문화적 관광상품을 팔면서 돈을 버는게 나쁠 게 무엇인가? 라고 되물을 수 있다. 그러나 극 중에 올리비아의 친구 폴라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그녀는 부자 친구와 보내는 럭셔리 리조트에서 휴가로 들떠 있었지만, 자신의 여름 남친인 카이가 원래는 원주민인 자신들의 땅을 백인에게 뺏겼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 그녀의 생각도 바뀌었다. 아마도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유색 인종인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공감대를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일상 속 사물의 이면에 있는 어떤 숨겨진 사실 하나를 발견한 셈이다.
비슷한 예로 누군가는 스타벅스 매장에서 마시는 커피를 가성비가 좋은 커피로 생각하면서 소비하겠지만, 누군가는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저개발국가의 커피농장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생각하면서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한 자본주의 노동력 착취의 결과일 뿐이라며 불쾌해 할 것이다. 그러나 특정 기업에 대해서 불쾌해 하는 것과 소비 여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별개의 문제일 뿐이다.
아무튼, 그녀는 마치 “훔치는 것? 강탈 당한 것을 되찾는 것 일 뿐 인데 뭐가 나쁜 것인가? “와 같은 논리에 다다르게 되고 남자친구 카이를 부추겨서 범죄로 이끈다.
화이트 로투스의 결말: 루저들의 소심한 반란과 양치기 소년
미드 화이트 로투스의 결말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뭘까? 우선, 드라마는 자본주의, 제국주의, 물질 만능주의 등 승자 독식 주의 세상, 적자생존적인 환경 속에서 결함 있는 인간 자체인 약자 혹은 루저의 소심한 저항을 말한다. 즉,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댄다’를 시전한다. 중국 고사성어에 역린2역린: 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로 사람들이 밝히고 싶지 않은 비밀이나 약점을 말한다.을 건드리지 말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누군가 그것을 건드려서 이 사달이 난 것이다.
물론 화이트 로투스 속 루저들의 반란은 일반인들이 보기에 언뜻 비호감에 가까운 모습일 뿐이다. 올리비아는 몇백 년 전의 일을 언급하면서 도둑질을 옹호하고, 레이철은 무턱대고 결혼했다가 뒤늦게 아니다 싶어서 이혼을 원하면서 결혼 상대자를 당황하게 하고, 매니저 아먼드의 반달리즘은 그가 셰인의 망신주기 – 아웃팅에 대항한 행위이지만 그가 예전의 알코올과 약물 중독자의 생활로 회귀해서 손님의 물건을 슬쩍하거나 골탕을 먹이는 ‘진상’ 매니저의 임을 숨기진 못한다.
또 한 가지는 화이트 로투스는 이 비호감 잔뜩 묻은 캐릭터들이 나름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옳다고 느껴지는 행위를 발견한 순간을 포착하고 그들의 과거나 현재의 모습 때문에 그러한 각성이 폄하되거나 과소평가 되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바로 불완전하고 모순적인 인간이라는 존재가 갖는 일말의 진실과도 같은데, 그들의 반란 중 레이철을 예로 든다면, 그녀가 뒤늦게 자신이 트로피 와이프임을 깨닫고 그와 같은 자신의 정체성을 거부하는 행위를 하는 순간 말이다. 결국 양치기 소년이 마지막에 한번은 옳은 일을 하지 않았나. 아무도 믿어 주지 않았지만. 그러니 왜 진작 깨닫지 못했냐고 구박하지 말고 늦게 라도 깨달은 화이트 로투스 속의 양치기 소년을 너무 미워하진 말자는 얘기. 물론 그 각성이 설득력을 가질지는 그들 자신들의 몫이다.
총평
화이트 로투스는 시종일관 비호감 진상을 리얼하게 부리는 캐릭터들의 향연으로 욕하면서 보게 되는 종류의 요즘 세태 풍자 코미디였다. 그 점 때문에 재미는 조금 반감되긴 했지만, 보고 나서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