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바다 후기: 북극행 포경선 승선일화

영드 스킨스의 잭 오커널이 전직 군의관, 영화 배트맨의 콜린 패럴이 작살수로 나오는 해양 미스터리물

 

쿠팡플레이에서 본 영드 얼어붙은 바다(원제: 더 노스워터)는 BBC Two의 미스터리 해양 시리즈 드라마이다. 크리에이터는 영국 출신의 앤드루 헤이그로 영화 45년 후(2015)의 감독이다. 드라마 작업은 HBO 미드 ‘루킹’의 제작자로 참여한 바 있다. 이번 시리즈는 전 5화이지만, 국내에 쿠팡플레이에서 공개되면서 6화로 재편집되었다. 원작인 이언 맥과이어의 더 노스 워터는 2016년 부커상(이전 명칭은 맨부커상) 장편소설 후보작에 오르기도 했다. 

이 리뷰는 줄거리와 결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얼어붙은 바다 리뷰: 북극의 포경선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

 

얼어붙은 바다 후기 (c) BBC Two
얼어붙은 바다 후기 (c) BBC Two

외부인의 시각

외부자 혹은 초심자가 어떤 집단에서 경험한 것을 풀어내는 이야기는 늘 흥미로운 관점을 보여주는 데, 그 이유는 우리 스스로가 보지 못하는 모습을 타인의 눈을 통해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문사나 방송국에는 해외 특파원들이나 통신원들이 넘쳐 나고 TV의 외국인들이 출연하는 한국 문화체험 프로그램은 늘 상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특정 이슈나 사안에 대한 국내 거주 외국인의 코멘트를 따는 것 또한 오래된 관례이다. 

소설이나 드라마의 경우에 순수 문학 쪽, 소위 예술 작품 중에도 그러한 밖의 시선으로 그리는 스토리는 늘 있었다. 주로 그 외부자나 초심자(문외안)가 지식인층이나 작가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먹물 냄새가 난다는 비꼬임의 말을 듣곤 한다. 처음 이언 맥과이어 원작의  얼어붙은 바다를 접한 첫 느낌도 약간 그러했다.

 

포경선에 합류한 전 군의관

그렇지만 영드 스킨스의 제임스 쿡 역으로 낯이 익은 잭 오코널이 연기하는 군의관 출신의 패트릭 섬너는 포경선에 대해선 문외안이지만, 완전히 현실과 유리된 책상머리 지식인은 아니었다. 1~2년전 인도의 세포이 항쟁에 영국 군의관으로 참전을 한 아일랜드 태생의 그는 어떤 이유인지, 1859년의 현재, 잉글랜드 헐에서 벌룬티어호를 타려 하고 선장과의 면접을 앞두고 있다.

패트릭 썸너의 대척점에는 더 배트맨(2022), 이니셰린의 밴시(2022)의 콜린 패럴이 드라마 속에서 악의 화신과도 같은 작살수 핸리 드렉스 역으로 등장한다. 영화 아이리시맨으로 기억되는 스티븐 그레이엄이 벌룬티어호의 선장 아서 브라운리 역으로 출연했고 일등 항해사 마이클 캐븐디쉬 역으로 샘 스푸루엘이 출연했다. 벌룬티어호의 선주 백스터 역으로는 톰 코트니가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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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어떤 비밀 혹은 남다른 사정을 갖고 벌룬티어호에 승선한 패트릭 썸너는 그동안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봐왔던 꿔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자기가 있을 곳이 아닌 곳에 있는 사람의 전형적인 행동패턴을 보여준다. 자신들과 태생적으로 다른 엘리트인 그가 배를 탔다는 사실에, 뱃사람들은 미심쩍은 시선을 보낸다. 마치 인도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밝혀지기전까지 그는 뭔 북극행 포경선 안에서 현실을 도피하면서 책과 씨름하고 일기를 쓰면서 자신의 하루하루를 기록으로 남기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석적으로 초심자 혹은 외부자의 적응을 위한 의욕적인 시간이 다가오고 그 역시 곧 자신이 무지하고 야만적이라고 생각하는 뱃사람들과 함께 바다표범 사냥에도 직접 나선다. 그러나 아니다 다를까 혼자 무리에서 낙오하면서 죽을 고비를 넘긴다.  살아남은 그가 몸을 회복해가는 와중에 벌룬티어호의 선 내에서 향후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범죄 사건이 발생한다.

 

 

패트릭 섬너의 사정: 세포이 항쟁(1857-1858)

패트릭 섬너가 왜 포경선에 타게 되었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인도의 세포이 항쟁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 학창 시절 세계사 수업에 배운 기억이 나는데, 정확한 내용은 가물하지만, 명칭때문에, 잊어버린 사람은 드물 것 같다. 세포이라는 말의 의미 자체는 페르시아어로 스파이에서 유래되었는데, 용병을 뜻한다. 인도를 대리 통치 하던 동인도회사는 인도 현지인들 중에서 용병으로 병력을 충당한다. 1857년 5월 10일에 발생한 세포이 항쟁은 초기 세포이들의 처우에 대한 불만에서 촉발된 후 반영운동, 독립운동 성격으로 거의 일 년이 넘는 1858년 7월 20일에 공식적으로 영국군의 승리로 종전되었다. 이후 동인도회사 대신 영국 여왕이 직접 통치를 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아일랜드인이었던 섬너는 세포이항쟁이 벌어졌을 때 영국군 군의관으로 복무중이었다. 당시에 있었던 영국군의 부당한 행위에 반발하다가 일종의 내부고발자로 찍혀서 불명예 제대를 하고 만 그는 이 일로 마음의 병을 얻게 되고 괴로워 하다가 북극행 포경선을 타게 된 것이다.

 

극한적인 난파선에서 벌어지는 일

극한의 상황 혹은 폐쇄된 집단 내 에서 변화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은 이 드라마의 처음에 등장하는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악마적이다. 그리고 어쨌든 그런 상황에서는 일단 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이든지 서슴지 않는 것이 또 인간이다. 인간이 인생에서 만나는 각종 어려운 난관들은 드라마 속에서 북극행 난파선이라는 배경 속에 함축되어 점증되어 간다. 그리고 대부분 이 드라마에 기대하는 것 또한 그런 상황 속 인물들 사이의 드라마틱한 갈등 요소가 주는 스릴감이다. 그래서 처음 기대한 것 역시 선과 악의 대결, 혹은 주인공이 선악 대결의 관찰자가 된 그런 상황 등을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재료도 준비된 듯 보였다. 드라마 속에서 악의 화신으로 등장하는 백스터는 초반 등장씬부터 그런 관객의 기대를 채우고도 남는다. 그리고 다분히 책상머리 지식인처럼 보이는 섬너가 그와 대결을 벌일 것으로 봤다. 첫번째 벌어진 선내의 범죄를 까발리는 그의 모습은 예상대로 흘러갈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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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드라마는 관객의 예상을 약간 빗겨간다. 예상치 못하게 선내 권력이 교체된 후에, 백스터는 손발이 잘린 듯, 갇히는 신세가 되면서 드라마 속에서 존재감이 사라지고 대신 그의 대체재라고 할 수 있는 일등항해사 케븐디쉬가 부상한다. 난파된 시기에 기대한 썸너와의 대결도 온데간데 없어지고 그렇게, 기대했던 드라마틱한 전개가 사라진 후 섬너는 일종의 내면의 시간을 위해서, 북극으로 향하게 된다. 이후에도 벡스터의 악행은 주로 은유적으로 묘사가 된다. 마지막의 대결은 이미 식어버린 물을 다시 끓게 만들기에는 때 늦은 감이 있었다. 그리고 마치 이런 전개는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영상매체보다는 활자에 어울리는 방식처럼 보였다.

 

서구의 제국주의, 인간의 악행에 대한 자성과 성찰

노스 워터(한글제목: 얼어붙은 바다)는 한 군의관의 북극행 포경선 일화 속 극한 상황에 놓인 인간 군상의 다양한 모습들을 통해서, 인간 스스로에 대한 반성을 얘기함과 동시에 서구의 제국주의를 돌아본다. 이러한 작가의 문제 제기는 드라마 속 여러 장면 속에서 내재되어 있다. 산업혁명 이후 서구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의 기술적 격차는 커지게 되고 좋게 포장해서 서구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서고 나머지 후진국들은 도움을 받는 위치에 있게 된다. 그리고 그 도움이 되었다는 관점은 제국주의자들이 정복과 침략을 정당화하는 관점이다.

강도가 집을 점거한 후에 집주인을 노예로 부리고 리모델링을 한 후에 내뱉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집주인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오만이 이 드라마 속에서 유럽의 지식인, 제국주의자들이 후진국이나 자연(환경)에 대해 갖는 시각이었다. 심지어 같은 유럽 내에서도 발전 속도에 따라서 지식의 우위가 생기면서 못 배운 사람들에 대한 차별적 시각이 싹튼다. 엘리트 지식인이 무지한 일반 대중을 하등의 존재로 보고 교화의 대상으로 보는 계몽주의적 시각이 대표적이다. 뱃사람에 대한 군의관 썸너의 시각, 에스키모에 대한 신부의 시각은 자신보다 교육 받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무시와 혐오에 다름 아니다. 때때로 야만이라고 폄하하면서, 심지어 짐승에 가깝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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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극한 상황 속에서 자신이 무시하던 자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썸너는 그로 인해서 비로소 진정한 깨달음을 얻는다. 마지막 결말의 동물원에서 썸너가 동물에 놀라는 장면은 인간이 자연을 정복했다고 하나 자연 혹은 야생은 여전히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경외해야할 존재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씬으로 기억에 남는다. 또 악인에 대한 그의 단호한 응징 또한, 인간의 악행에 대해서 마치 외과적 수술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불의에 더 이상 굴하지 않겠다는 작가의 단호한 의지의 표현으로 읽혔다.

 

결말

결말 보기 – 스포일러

서양 속담에 번개는 한 곳에 두 번 치지 않는다는 말(lightning never strikes twice)이 있는데, 북극행 포경선 두 척의 배가 공교롭게 연달아 가라앉는 일이 벌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결론은 선주가 가담한 보험 사기극이었다.

 

총평

처음 포스터를 보고 패트릭 썸너 vs 헨리 드랙스의 스릴감 넘치는 대결구도를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외로 두 사람 간의 대결구도가 약하고 갈등장면이 밋밋해서 재미면에서 기대에 못미쳤다. 대신 작가의 메시지가 주는 여운이 길게 다가왔다. 

  • 시리즈명: 얼어붙은 바다(원제: 노스 워터)
  • 시즌 No: 1
  • 에피소드 No: 전 6화
  • 방송사: BBC Two
  • OTT: 쿠팡플레이
  • 크리에이터: 앤드루 헤이그
  • 장르: 해양, 어드밴처
이미지의 저작권은 제작사 BBC Two에 있습니다. (c) BBC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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