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30일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K드라마 더 글로리를 봤다.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파리의 연인 등 한류 K드라마를 대표하는 히트메이커 작가 김은숙의 넷플릭스 첫번째 작품이다.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더 글로리는 갑질이 난무하는 사회 속 복수의 굴레에 빠진 한 여자의 복수극을 그린 스릴러 드라마이다. 시즌 1은 총 16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파트 1이 8화까지 공개된 상태로, 파트2가 3월에 공개 예정이다.
요약

주요 시놉시스(간략줄거리)
고교시절 학폭 희생양이 된 동은이 성인이 되어서 복수를 한다.
주요 캐스팅
태양의 후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에 출연한 송혜교가 문동은 역을 맡았다. 18어게인, 스위트홈, 오월의 청춘에 출연한 이도현이 주여정 역을 맡았다. 인간중독, 상류사회, 장미맨션(2022)에 출연한 임지연이 박연진 역을 맡았다. 배드 앤 크레이지, 우리들의 블루스(2022)에 출연한 정성일이 하도영 역을 맡았다.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출사표, 조선구마사에 출연한 박성훈이 전재준 역을 맡았다. 어게인 마이 라이프(2022), 최종병기 앨리스(2022)에 출연한 차주영이 최혜정 역을 맡았다. 배드 앤 크레이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출연한 김히어라가 이사라 역을 맡았다.
등장인물
문동은(송혜교): 초등학교 교사로 고교시절 일진 패거리에게 당한 복수를 한다.
박연진(임지연): 문동은의 고교동창
전재준(박성훈): 박연진의 고교친구, 골프장 사장
최혜정(차주영): 박연진의 고교친구, 승무원
손명오(김건우): 박연진의 고교친구, 현재 전재준의 비서
이사라(김히어라): 박연진의 고교친구, 화가
주여정(이도현): 의사
하도영(정성일): 박연진의 남편, 건설회사 사장
강현남(염혜란)
신 세오 장(이해영)
어린 문동은(정지소)
어린 박연진(신예은)
복수
다시 복수를 소재로 다룬 드라마다. 최근 전생에 재벌가의 비서가 다음 생에서 그 재벌가의 아들로 태어나서 복수를 한다는 웹소설, 웹툰 원작의 “재벌집 막내아들“이 인기리에 종영된 바 있다. 복수 소재의 드라마로 기억에 남았던 최고 시청률 16.5%까지 찍은 JTBC 이태원 클라쓰도 기억에 남는다. 송혜교를 전면에 내세운 더 글로리는 인기 작가와 인기 배우의 조합으로 현재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순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기본적인 드라마의 뼈대는 신문 사회면의 단골 소재로 일진들의 괴롭힘(Bullying) 즉, 학교폭력 문제이다. 문동은(송혜교)이 고교 시절 폭력과 괴롭힘으로 자퇴를 하고 나서 절치부심하면서 십여년에 걸친 오랜 준비 끝에 사회에서 복수를 하는 이야기이다.
대한갑을병정국
한국에서 갑질은 사회 전반에 일종의 서열로 뿌리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글로리에서 동은이 그토록 학교 폭력에 무방비 상태가 된 것은 그녀가 갑을병정 위계의 끝즈음인 정이어서다. 사회의 모습이 마름모꼴 도형이라면 밑바닥이 그녀의 자리이다. 말단의 끝즈음인 그녀 옆에는 함께 자신을 대변해주는 동기를 찾을 수 없었고 심지어 가족이나 학교로부터도 보호 받지 못한다. 그녀는 혼자였고 홀로 학교를 떠난다.
그런 그녀가 사회에 나오자마자, 학교 속 그녀의 서열은 한순간에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사실 그녀가 그토록 벗어나길 바랬던 허우적대던 고교의 먹이 사슬은 사회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물론 취업한 공장에서 그녀의 서열은 여전히 바닥이지만, 연차가 쌓이면서 그녀를 우러러보는 후배를 둔 선배가 된다. 그녀의 주위에는 함께할 동료들이 있게 된다. 또한 학교 밖에서 또 다른 갑을 관계를 맺고 있지만 철저히 돈이라는 이해관계에 의해서 맺어진 관계이다.
사회에 나와보니, 고교시절 일진인 연진 패거리의 모습도 사회에 적응하는 쪽으로 변모된다. 그들 역시 거대한 갑을병정국 사회의 하나의 부품조각같이 미미한 존재들일 뿐이다. 여전히 이들은 사회에서 돈과 인맥을 무기로 먹이사슬 상위의 포식자이지만, 동시에 자신들의 자리를 위협 받는 을이 되기도 한다.
기상캐스터인 연진은 메이컵이나 의상 담당에게 아랫사람 부리듯이 갑질을 일삼지만, 시청자라는 슈퍼갑에게 자신의 비밀이 폭로될까봐 전전긍긍한다. 그녀는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과거의 인물인 동은이 나타나자 불안감에 수시로 방송국 게시판을 확인한다. 게다가 애지중지하는 딸 아이에게는 어쩔수 없는 을이다. 자신의 추악한 비밀을 들키고 싶지 않은 엄마니까. 사실 그녀는 딸에게 들킬 경우 “널 위해 그랬어”라는 악당들의 전형적인 면피성 멘트를 할 수도 없다. 딸이 태어나기 전이니까.
골프장 사장이자 고급 의상실을 갖고 있는 재준은 갑의 위치라고 할 수 있지만, 회원권과 관련해서 고객의 불만을 듣는 순간에는 을이 된 듯한 기분에 견딜 수 없어 한다. 승무원인 연진의 친구 혜정은 자신의 외모를 이용해서 속된 말로 부유한 남자에게 빨대를 꽂으면서 자신의 이득을 취하면서 살지만, 추근대는 진상승객에게 시달릴 때는 영락없는 을이다. 그녀는 연진 패거리에서 제일 가난한 이유로 무시를 당하는 을이기도 하다. 재준의 고교시절 오른팔이던 명오는 그 와중에 여전히 재준의 잡일을 담당하는 비서 노릇을 하면서 학창시절부터 이어진 갑을 관계에 만족하면서 산다. 마약중독자인 사라는 무리중에서는 들고양이처럼 으르릉 되지만, 이화백으로서 미술계에서는 얌전한 고양이가 된다.
일견 견고해 보이는 갑을 관계는 뒤바뀔 수 있다. 패러다임 혹은 프레임을 바꾸기만 한다면. 그래서 한번 갑이 영원한 갑도 아니고 어느 순간 을이 되기도 하고 을이라고 해서 영원히 당하는 을이 아니라 병에게는 갑보다 더 무서운 을이 된다. 더 글로리에서는 이러한 반전적인 상황이 도래한다. 동은은 학교 이사장의 약점을 이용해서 연진의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담임이 되고 연진의 약점을 쥐고 복수의 고삐를 잡아채기 시작한다. 그리고 오랜 준비 끝에 그녀의 복수가 시작된다.
복수의 방식: 묘수를 두길 원하는 바둑고수처럼
뭐랄까, 더 글로리에 대한 첫 느낌은 한마디로 ‘중이병’이다. 결국 중이병이라고 우리가 폄하하지만, 그 근본은 정의감이다. 즉, 어릴 때 동화책이든 아니면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시기부터 우리 모두의 머릿속에 일종의 뿌리내린 권선징악이 바탕이다. 보통 여러 작품 속에서 주인공의 복수는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는 데, 보통은 직접적으로 상대가 한 방식 그대로 돌려주는 것으로 이뤄진다. 이것은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불문율로 상대가 한 대를 때리면 나도 한 대 이런 식으로 동일하게 복수를 한다. 만약 거기에 한 대를 더한다면 그만큼 ‘정정당당’에서 멀어진다.
현대에서는 이런 사적 복수가 법에 의해서 제제를 받지만, 총기 소유가 합법적으로 가능한 미국의 경우에는 총기 소지의 권리를 인정하는 수정헌법 2조를 바탕으로 정당방위를 하는 경우 인정해주고 있다. 한국에서 정당방위가 거의 좁게 적용되는 것에 비해 폭넓게 적용되면서 때때로 과한 대응이 논란이 된다.
자, 그러면 문동은의 복수 방식은 어떤가? 이점은 좀 논란이 될 수도 있다. 그녀는 단순히 경찰처럼 혐의가 있는 가해자를 잡아서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정도를 원하지 않는다. 상대의 가장 행복한 순간에 재를 뿌리고 싶어한다. 그래서 그녀의 이런 선택 – 자기 인생을 온전히 복수에만 매달려온 것에 대해서 관객은 측은지심을 느끼지만 동시에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원한다. 다행히 동은은 좀 더 복수를 즐기고 싶어 한다. 마치 바둑의 고수가 묘수를 두길 원하는 것처럼.
김은숙표 장르물 드라마
김은숙표 드라마라고 하면 보통 로맨스 드라마를 많이 떠올리는데, 더 글로리는 작가 스스로 도전이라고 밝힌 복수극을 전면에 내세운 장르물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 역시 ‘죽어도 로맨스 못잃어’라고 외치는 팬들의 바램을 작가가 충족시켜 줄 듯한 순간도 보였지만, 동은(송혜교)의 복수지심이 워낙 확고한 지라 아직(?) 그녀의 바둑 스승 주여정(이도현)과 로맨스로 전개되지는 않았다.
시즌1의 파트 1을 끝낸 느낌은 드라마 자체는 어두운 부분과 코믹한 부분이 공존한다. 때때로 너무 리얼할 정도로 악역들이 열연을 했고 때때로 코믹한 부분의 유치한 대사가 몰입을 방훼하기도 했다. 드라마가 동은의 나레이션과 함께 동은의 복수 준비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심리 스릴러 드라마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단선적인 플롯을 갖고 있는 점은 영드 닥터 포스터가 떠오르기도 했다. 대사로 갈등이 조장되는 아침 드라마적 요소는 막장적인 재미를 주기도 했다.
더 글로리 결말
결말 보기 – 스포일러